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현재 정보기관 추정으로는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2000kg까지 추정한다”고 25일 밝혔다. 통일부는 간담회 후 “(정보기관이 아닌)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들의 추정치”라고 정정했다. 이는 소형 전술 핵탄두 약 200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정 장관은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4곳에서 돌고 있고 지금 급한 것은 멈춰 세우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목하며,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핵은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에 양측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와 관세 협정에서는 재앙이지만 한반도, 남북문제에선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대화와 교류의 조건으로 북한 선(先) 비핵화를 고수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수단이 없다”며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추구하는 전략은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을 중심으로 20여년 동안 했지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제재로 핵포기가 가능하다고 하는 전문가는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대화를 우선하는)트럼프 접근이 실용적”이라며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협상을 시작하는 데 동의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만남이 다음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린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 발언을 언급하며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있으니 해보자는 이야기”라며 “(북한도) 실무적으로 조율해 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남북이 현실적으로 두 국가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 장관은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국제법적 두 국가”라면서 “여론 조사에서 50∼60% 국민이 북한을 국가라고 답한다.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국가성 인정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의 특수관계 속에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전날 한 행사에서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국제법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제 정치적으로 두 국가였고, 지금도 두 국가”라며 “변화의 초점을 ‘적대성 해소’에 둬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의 국가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 두 국가론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소모적 논쟁”이라고 일축하며 “대통령이 밝힌 대화와 교류를 어떻게 복원하느냐, 그리고 오래된 꿈인 4강의 교차 승인을 완성해 미북·북일수교를 만들어 내느냐가 우리 앞의 실천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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