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 타결의 선결 조건인 무제한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관련 부처와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며 확답은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에게 3500억달러 펀드를 둘러싼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를 집중적으로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미·일 간에 대미 투자 패키지 합의가 있었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일본과 크게 다르다”며 “이런 측면을 고려해 협상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일본은 기축통화를 보유한 데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한·미 간에 일시적, 단기간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에 한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특히 조선 분야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조선 분야에 대한 한국의 협력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양국 통상 협상에서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련 부처와 (외환시장과 관련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약 30분 접견엔 김 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접견 이후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과 면담해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대미 투자 패키지, 환율 협상 등을 논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베선트 장관을 면담해 의견을 전달했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과 관련된 주무장관을 만난 건 협상의 중대한 분수령이며 매우 의미가 크다”며 “긍정적 접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펀드 자금을 조성하는 데도 이견이 크다. 김 실장은 “7월 31일 합의해 비망록에 적어둔 내용과 이후 미국이 보내온 양해각서(MOU) 내용이 판이했다”며 “우리는 국제 투자 관례상 론(대출), 개런티(보증), 그리고 일부 투자로 예상했지만 미국은 문서에 적은 캐시플로(자금 흐름)를 에쿼티(지분 투자)에 가깝게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시플로를 론, 개런티, 투자로 구분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응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론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 규모 펀드를 운용하려면 수출입은행의 현행 규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출입법을 고치든 국회의 보증 동의안을 받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 펀드 원금 회수 전) 미국과 한국이 수익을 1 대 9로 가져가고 (회수 이후) 9 대 1로 나눠 갖는 것은 우리가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논의 중인 무역 분야에선 상당한 진전이 있다”며 “쌀, 소고기 (시장 개방) 부분에 대해선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타결 시점에 대해선 “협상 시한 때문에 (국익이라는)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음달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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