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6일 12원 가까이 급등한 것은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다. 국내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차질로 3500억달러 현금 투자 압박이 커져 불안 심리가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간 1420원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11원80전 상승한 1412원4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14일(1420원20전)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23일 이후 사흘간 19원80전 뛰었다.최근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달러화 강세와 관련이 깊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자 최근 약세를 나타내던 달러화 가치가 반등했다. 전날 밤 발표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3.8%로 지난달 나온 잠정치보다 0.5%포인트 상향됐다. 2023년 3분기(4.7%)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 Fed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기보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화를 다시 강세 기조로 바꿔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화지수는 이날 98선을 넘어섰다.
다만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는 예상도 많았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에는 환율이 135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아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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