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가 경기 둔화와 관세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중고차 최대 판매업체인 카맥스는 25일(현지시간) 최근 분기 매출과 이익이 급감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20% 급락했다. 완성차업체 포드는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로 구매 파이낸싱을 제공하고 있고 혼다는 전기차 일부를 단종시키겠다고 밝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미국 자동차 산업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빌 내시 카맥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소비자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불안감이 있다”며 “신용도가 더 좋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사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드는 이번 주, 재고가 쌓인 베스트셀러 F-150 픽업트럭을 처분하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구매자들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는 전기차 아큐라 SUV를 출시 1년 만에 단종시키겠다고 했다. 다른 브랜드들도 연방 세액공제가 다음 주 만료되기 전에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기차에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딜러 기업 트라이컬러는 이달 초 파산 청산을 신청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신용 이력이나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고객에게 자동차 금융을 제공했고, 65개 딜러십을 운영했다.
오일 필터와 와이퍼 등을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 브랜드’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 기업의 부채는 60억 달러 이상이다.
투자은행 스티븐스의 애널리스트 제프 리크는 이날 노트에서 카맥스의 부진한 실적이 “다소 충격적”이라며, 투자자들이 결과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에 약 250개 딜러십을 운영하는 카맥스는 일부 소비자들이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연초에 서둘러 구매하면서 최근 분기 수요가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2022~2023년에 발생한 대출의 성과 악화로 금융 부문의 이익이 감소했고, 대손충당금을 늘렸다고 했다. 카맥스는 판매·일반관리비(SG&A) 1억5000만 달러 감축도 발표했다.
미국의 신차 판매는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가 9월 말까지 유효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경쟁이 벌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 추세는 전체 시장의 약세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서치업체 J.D.파워는 이날 9월 전기차(EV) 판매가 전년 대비 28% 급증하는 반면,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라는 훨씬 큰 시장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차량 가격과 높은 금리는 이미 식료품 가격 상승과 고용 안정성 약화를 겪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짓누르고 있다. J.D.파워에 따르면 9월 신차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9% 오른 4만5795달러이며, 제조사 지원 인센티브는 딜러에서 차량 구매를 돕는 수준이 대체로 보합이다.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었다. 영국·EU·일본과의 무역협정·프레임워크에 따라 관세율이 25% 대신 15%로 적용되면서 업계 전반의 부담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또한 환경 규제 완화로 절감되는 비용으로 관세 부담의 일부를 상쇄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철강·알루미늄·완성차·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는 업계 가치사슬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는 이날 1만3000명(전체의 3%) 감원을 발표했다.
보쉬 이사회 멤버 마르쿠스 하인은 “지정학적 전개와 관세 같은 무역 장벽이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우리를 포함한 모든 기업이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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