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개월 만에 금리인하 사이클을 재개했음에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들이 나오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 영향이다. 여기에 한미 관세 후속 협상도 시장에선 뇌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6일 야간거래(새벽 2시 마감)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1.8원 오른 140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 기준으로 지난 5월13일(1416.30원)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달러화 가치는 지난 17일 미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음에도 강세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일 금리인하 때 96에서 최근 2% 가까이 오른 97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이날 새벽 한때에는 98선까지 튀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미 Fed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곳곳에서 '매파적' 신호가 나온 것이 시장의 기대를 꺾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지난 23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달성을 위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당초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지난 17일 81.5%에서 최근 74.4%로 후퇴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도 원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조건으로 전액 현금으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유럽연합)에서는 9500억달러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이행하느냐 등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보증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스피지수는 원·달러 환율 부담에 이틀째 약보합에서 장을 마쳤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화 기반 코스피 시장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적으로 대미투자 협상을 둘러싼 불안감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이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대로 협상하면 외환위기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리적 저항이 컸던 1400원이 돌파된 만큼 다음 유의미한 상단은 1420원이 될 전망"이라며 "외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과 레벨 부담 등으로 추가 상승 속도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안정이 지연되고 통화 완화 기대가 약해 단기 하락 전환은 어렵다"며 "연말쯤 점진적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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