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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국정자원' 화재…국가 업무시스템 647개 마비됐다

입력 2025-09-27 09:41   수정 2025-09-27 12:54


정부 핵심 전산망을 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됐다. 주민생활과 직결된 행정서비스가 대거 마비되면서 정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조속한 복구가 추진되고 있지만 택배 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체국 금융·우편 등이 마비돼 국민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 …대국민 서비스 올스톱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15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전본원에서 운영 중인 업무시스템 647개가 화재 여파로 멈춰섰다”고 27일 밝혔다. 김 차관은 "전날 오후 8시 15분께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이전 작업 중 배터리 한 개에서 불이 나면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며 "장애 상황이 지속되는 관계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전날 밤 이번 화재로 1등급 12개, 2등급 58개 등 70여개 핵심 시스템이 멈췄다고 밝혔으나, 11시간 뒤인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는 관리 중인 647개 전산시스템 전체가 마비됐다고 정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화재의 영향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됐다"며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국정자원은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핵심 정보통신(IT) 시스템이 집중된 곳으로, 장애가 발생하면 국민 일상에 직결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대국민 서비스를 업무 영향도·사용자 수·파급도를 합산해 90점 이상은 1등급, 85점 이상은 2등급으로 분류한다. 주민등록, 재난안전, 신분증 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가 해당된다.


불은 약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께 진화됐으나, 행안부는 서버실 항온항습기가 멈춰 장비 과열 위험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으로 시스템 가동을 중단했다. 행안부는 항온항습기 복구 후 서버를 재가동해 주요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복구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해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이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정부24 등 주요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자 네이버 공지를 통해 대체 서비스와 행동요령을 알렸다.

공지문에는 대면 민원 처리 시 사전에 해당 기관에 문의할 것과 함께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세움터,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농업e지 등 대체 사이트가 안내됐다.
진화 10시간…“데이터 훼손 우려에 물 못 뿌려”
대전시 소방본부는 소방차 63대와 인력 170여 명을 투입해 밤샘 진화 끝에 27일 오전 6시 30분께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은 “전산실 내부에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192개 가운데 대부분이 연소됐고 일부는 여전히 타고 있다”며 “배터리를 냉각시키려면 물을 써야 하지만, 정부 전산 서버가 모여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진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은 물 사용이 어려워 이산화탄소 등 가스 소화설비로 진화에 나섰고, 전산실 내부의 연기를 빼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직후 현장에 있던 100여 명은 모두 자력 대피했으며, 이 과정에서 40대 남성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행안부는 각 기관에 서비스 연속성 계획에 따른 수기 접수, 대체절차 안내, 처리기한 연장, 소급 적용 등을 요청했다. 세금 납부·서류 제출 등 기한이 임박한 업무는 시스템 정상화 이후로 연기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김 차관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장애를 신속히 복구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사고에 '2시간 복구 규정' 만들었지만 허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3년 11월에도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행정 전산망 전체가 마비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정부24를 비롯해 새올·온나라·인사랑·행복이음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 공무원 업무망까지 약 3시간가량 전면 중단됐고, 신분증 진위인증 서비스도 멈추면서 이를 연계한 금융기관 이용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행안부는 지난달 행정정보시스템 서비스수준협약(SLA) 표준안을 내놓고 1등급 시스템은 2시간, 2등급은 3시간 이내 복구하도록 규정했다. 지연 시에는 지체시간에 따라 제재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지만, 이 기준은 2026년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2027년부터 의무화된다. 이번 사고는 시범 적용 기간에 발생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1·2등급 핵심 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다른 센터에서 백업을 가동하거나 임시로 우회 제공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사전 대비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행안부는 화재 발생 두 시간 뒤인 26일 오후 10시 20분께서야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이 멈췄다고 발표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은 접속이 불가능했고, 온라인 행정심판시스템과 청렴포털시스템에서도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으며, 행안부·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 홈페이지 접속도 모두 끊긴 상태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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