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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피어, 기술과 공정이 승부”…장기지속형 국내 4사 경쟁력 비교

입력 2025-09-27 15:01   수정 2025-10-01 15:08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마이크로스피어’가 제약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고분자 매트릭스에 약물을 봉입해 서서히 방출하는 이 기술은 단순한 제형 기술을 넘어 생산 공정의 정밀성이 승부를 가르는 분야다.
PLGA 기반 마이크로스피어의 시작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비만테마주들 모두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라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과 관련이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1950년대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실험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 생화학자 시드니 폭스(Sidney Fox)는 아미노산을 가열해 단백질 입자 형태의 마이크로스피어를 최초로 합성했으며, 생명과학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1970~80년대 마이크로스피어는 의학·산업 분야로 확장됐다. 크로마토그래피, 잉크, 살충제,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세 구형 입자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폴리머 기반 마이크로스피어가 제약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스피어가 본격적인 장기지속형 주사제용 약물전달시스템(DDS)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90년대, 일본 다케다 등을 중심으로 한 시기였다. 이 시기 생분해성 고분자(PLA, PGA, PLGA)를 기반으로 한 서방형 주사제 기술이 개발돼 하루 1회 투여가 필요했던 약물을 주 1회 또는 월 1회 간격의 주사제로 전환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초음파 건조, 미세유체 제어, 나노기술, 인공지능(AI) 기반 맞춤 설계 등의 기술과 융합되며, 마이크로스피어는 입자 균일성 향상, 약물 방출 곡선 제어, 생산 최적화 등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의약품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스피어는 PLGA, PLA, PGA 등 생분해성 고분자를 ‘매트릭스(기질)’로 활용해 약물을 미세한 구슬 형태로 봉입·분산한 구조다. 고분자 매트릭스는 마치 ‘스펀지나 젤리’처럼 약물을 내부에 골고루 섞어 담는 틀이다. 이 구조 덕분에 약물은 폴리머가 서서히 분해되는 과정에서 천천히 방출되며, 일정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체내에 전달된다.

이처럼 마이크로스피어는 약물을 감싸고 보호하며, 동시에 서서히 풀어내는 매트릭스 기반의 약물 전달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이 중 PLGA는 생체적합성이 높고, 분해 및 방출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재다. 항암제, 호르몬제 등 마이크로스피어 기반의 장기지속형 제형이 상용화되고 있다.
같은 마이크로스피어,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주력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인 회사는 동국제약, 펩트론,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 등이다. 모두 PLGA 기반 장기지속형 제형을 만들고 있지만, 제조 방식, 상용화 경험, 플랫폼 범용성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동국제약은 에멀전 유화법 기반의 마이크로스피어 제조방식을 채택해, 1999년 류프로렐린 1개월 제형 제네릭을 국내 최초로 상업화했다. 당시에는 이화학적 동등성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생물학적 동등성(BE)을 확보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동국제약 마이크로스피어의 강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검증된 방식인 ‘에멀전 유화법’을 기반으로 해 범용성과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상업용 생산 경험을 축적했으며, 공정 제어·재현성·품질 일관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류프로렐린 외에도 옥트레오타이드 제제의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유화 기반 주사제인 포폴(프로포폴)과 알로스틴(알프로스타딜)까지 포함하면 총 4개 제형에서 마이크로스피어 관련 기술을 상용화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펩트론은 초음파 분무건조법(spray-drying)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입자 크기 조절, 주사침 게이지 대응, 비독성 용매 사용 등을 통해 안전성과 투여 편의성을 높였다. 류프로렐린 1개월 제형 제네릭 루프원의 상용화에 성공하며 스마트데포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기술 기반의 IVL-DrugFluidic 플랫폼을 활용한다. 미세한 채널에서 입자를 일괄적으로 제조함으로써 입자 크기의 균일성, 초기 버스트 억제, 재현성 확보에 강점을 갖는다. 이 기술은 기존 물질의 화학적 변형 없이 장기 지속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다만 아직 상업화 제품은 없으며, 실험실 조건에서의 우수한 특성을 공정 스케일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관건이다.

지투지바이오는 막 유화법과 연속 용매 제거 기술을 결합한 InnoLAMP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방식은 최대 50%까지 약물을 봉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복약 횟수를 줄이고,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으며, 고생체이용률 설계를 통해 항염 병용 치료도 가능하다. 현재는 상업화 이전 단계다.
공정이 곧 경쟁력, 재현성이 진입 장벽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에서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대량 생산이다. 실험실에서 구현된 제조 조건이 수십 배, 수백 배의 스케일로 확장되면서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로스피어 제형은 바이오시밀러만큼 공정 난이도가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약물을 PLGA 기반 고분자 매트릭스에 봉입한 고체 입자 형태로, 유화·응고·건조 등 일련의 공정에서 온도·교반속도·용매 제거 속도 같은 변수 하나에도 입자 크기와 방출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실험실 조건이 그대로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제조 공정의 정교한 표준화가 핵심으로 꼽힌다. 글로벌 허가를 위한 품질 일관성 입증 과정에서도 이 같은 공정 제어 역량은 CMC(화학·제조·품질) 설득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도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은 활발하지만, 실제 마이크로스피어를 대량 생산하고 상업화까지 연결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일부 기업이 차세대 마이크로스피어 정밀기술을 내세우고 있으나, 허가·판매 경험 없이 전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업화 경험은 설비 투자·배치 규모·불순물 관리 등 실질적 검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 소개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는 마이크로스피어가 이미 오래된 제형 개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정에서 실패하거나, 기술이전 계약이 실제 양산 단계에서 중단되는 경우도 많은 배경이다. 이 때문에 상업화 단계에서 ‘공정 재현 가능성’ 확보는 특허만큼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이 플랫폼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복 가능한 상업 생산과 스케일업 실적이 필수 요건이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9월 27일 15시01분 게재됐습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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