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특허법원 국제재판부. 독일 여행 가방 브랜드 리모와와 국내 기업 간 디자인권 소송의 최종 변론이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원고의 변론이 영상으로 진행됐다는 것. 해외에 있는 외국인 당사자가 온라인으로 참여해 주장을 펼쳤다. 특허법원이 올해부터 국제재판부에 영상재판을 허용하면서 가능해진 풍경이다. 2018년 국제재판부 신설 이후 1호(2019년), 2호(2020년)에 이어 5년 만에 나온 3호 사건이다. 오는 11월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규현 특허법원장(61·사법연수원 20기)은 이런 변화를 한국이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는다. 그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푸드, K팝, K영화처럼 ‘K-IP 허브 코트(법원)’가 세계 IP 재판의 흐름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몰려오는 테스트베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당시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추진위 주무위원을 맡았던 한 법원장은 10년 만에 특허법원 수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IP 허브 코트 도약의 꿈은 70% 정도 달성됐다”며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작업은 거의 완료됐고, 나머지 30%는 재판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법원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서면 제출 기한이나 변론 일정 등이 미리 정해져 있어 대응 전략을 세우기 용이한데, 한국에선 소송 종결 시점을 예측할 수 없어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재판의 절차적 정의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사가 집무실에서 혼자 궁리해 만들어 낸 결론이 아니라 충실한 심리와 증거조사를 거치는 동안 법정에서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투명한 재판이 100점짜리”라며 “특허법원은 기술심리관, 기술조사관, 전문심리위원 등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한 법원장은 “특허 보유 기업이 다른 나라에 앞서 한국에서 권리를 먼저 다투면 그 소송의 결과는 전 세계의 테스트베드가 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도입된 게 외국어 변론이 허용되는 국제재판부다.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SICC) 모델을 참조해 2018년 6월 신설됐지만, 현재까지 선고된 사건은 2건에 불과했다. 외국인 당사자가 특허법원에서 재판받으려면 국내 소송대리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데, 국어가 편한 대리인 입장에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당사자가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직접 변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도 국제재판부 활성화를 위한 차원이다.
한 법원장은 현 사법부를 통틀어 손꼽히는 IP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01년 취미로 시작한 IP 공부에 25년간 애정을 쏟았다. 그는 “IP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법관은 산업 발전을 고려해 과도하지 않고 ‘적정한’ IP 보호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특허법과 독점금지법의 경계는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판결을 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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