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를 마비시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튄 불꽃이 시발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사건이 주가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이번 화재 사건의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배터리로 알려졌다.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지하로 이전하던 중 UPS 안에 들어가 있는 54V(볼트) 리튬이온배터리 한 개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시작됐다는 게 행안부와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무정전 전원장치는 전산 시스템에 전력 공급이 끊길 것을 대비해 전력을 일정 시간 공급해주도록 하는 장치다.
행안부와 소방당국 등은 이번에 화재가 난 배터리는 2014년 8월 국정자원 전산실에 설치됐다. 다만 UPS 자체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은 다른 업체가 제작해 국정자원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배터리는 권장 사용연한이 약 10년이다. 행안부가 설명한 설치 시점이 맞다면 권장 사용기간을 약 1년 넘긴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이 배터리의 도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의 품질 책임 논란이 가닥을 잡으려면 소방당국 등의 추가 조사에 따라 '10년 연한'을 지났는지 아닌지가 밝혀져야 할 전망이다.
행안부와 소방당국은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정확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UPS는 직류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옮기거나 취급할 때 전원을 완전히 꺼야 한다.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전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져 화재나 감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작업자가 전원을 끄지 않은 채 케이블을 분리하면서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가량 아무 문제가 없던 배터리가 이전 작업 도중 스파크를 낸 것"이라며 "그렇다면 달라진 외부변수가 무엇이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 등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산실에서 반출해 수조에 담가둔 배터리들은 2∼3일가량 잔류 전기를 빼내는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한 이유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당시엔 SK C&C 판교캠퍼스 A동에 있던 UPS용 SK온(공급 당시 SK이노베이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스파크가 나 화재로 번졌다. 각각 11개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장착된 랙(선반) 5개가 세트를 이루고 있었는데, 당시 화재로 1개 세트가 모두 탔다.
이때 화재 영향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가 약 10시간 이상 장애를 겪었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시작한지 12년 만에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였다.
당시 화재는 모기업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SK이노베이션 주가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장비에 쓰인 배터리가 SK온 배터리라고 알려진 것은 10월17일 장마감 후. 다음날인 18일 증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날과 같은 15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19일엔 4.47% 상승, 20일엔 5.20% 하락하는 등 등락을 겪었으나 사고 발생 5거래일간 주가 변동폭 자체는 크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상장사가 아니고,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영역이 워낙 넓다보니 배터리 화재와 같은 단일 이슈로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당시 매출 비중 중 정유·화학 부문이 80% 이상을 차지했고, 배터리 사업은 10%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데이터센터·서버실이나 배터리는 사용해야 하는 만큼 화재 사건이 특정 기업의 배터리 수요를 확 줄이기는 힘들다”며 “오히려 당시엔 서비스 운영에 직접적 타격을 받은 카카오 주가가 확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화재도 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한 경찰과 관계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 발표까지 일정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며 “화재가 품질 논란에 직결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주가 향배가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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