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과제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삼성전자와 배터리, 디스플레이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충분히 협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대표이사)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반도체 파운더리에 있어서도 삼성전자 뿐 아니라 국내 많은 업체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 완성차와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설계 툴(Tool) 전문사 등 23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석했다. 강석채 삼성전자 부사장, 이윤태 lX세미콘 대표이사,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 대표, 조기석 DB하이텍 대표, 이동재 SK키파운드리 대표 등이 직접 자리했다.
현대모비스는 포럼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과 함께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티어1(Tier 1) 부품사로서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놓여있다. 또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이자, 공급망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방대한 산업구조가 특징이다. 또한 개발 과정이 길고, 품질인증 절차가 엄격해 신규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다. 컨슈머 반도체보다 혹독한 주행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일부 해외 업체의 영향력이 상당한 분야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전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5개사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으로, 이마저도 대부분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되어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번 포럼을 주최하면서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기업 차원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무역분쟁이나 각종 외부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박철홍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제어기와의 상호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제어기에 특화된 사양을 정의하고, 동시에 실차 기반 검증을 지원해 개발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어기에 탑재하는 각종 시스템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등 자체 개발한 총 16종의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수량으로는 2천만개에 이른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수록 반도체 국산화에 조속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국제표준 ISO 26262 인증을 획득하며 설계부터 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확보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협력사들과 적극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ASK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는 글로벌테크놀러지와 동운아나텍이 현대모비스와 이미 공동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램프와 구동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각각 TV와 모바일 반도체 전문 팹리스사로 최근 모빌리티 분야로 입지를 넓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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