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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떼낸 소니, '엔터테인먼트 종합상사'로 변신

입력 2025-09-29 17:34   수정 2025-10-13 16:21


일본 소니그룹의 금융 자회사 소니파이낸셜이 29일 그룹에서 독립해 재상장했다. 금융을 뗀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게임, 음악, 영화 등 시너지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종합상사’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니파이낸셜은 이날 도쿄 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2020년 8월 상장폐지되고 한 달 뒤 소니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상장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로 분할할 수 있는 ‘부분 스핀오프’가 적용됐다. 2023년 세제 개정으로 도입된 부분 스핀오프는 모회사(소니)가 자회사(소니파이낸셜) 지분 20% 미만을 보유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면 과세하지 않는 제도다.

소니가 소니파이낸셜을 분리·독립시킨 이유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소니는 7년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1조9000억엔을 투자했다. 2021년 미국 애니메이션 배급사 크런치롤을 11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외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소니 대표작 ‘귀멸의 칼날’은 크런치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글로벌 히트작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에도 소니 자본이 들어갔다.

소니는 올해 1월 세계적으로 흥행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엘든링을 개발한 일본 콘텐츠 기업 가도카와에 약 500억엔을 추가 출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7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건담을 보유한 반다이남코홀딩스에 약 680억엔을 출자해 주식 2.5%를 취득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연결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번엔 금융 사업까지 떼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종합상사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대표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이 핵심 수익원을 자원, 식량, 화학제품 등에 대한 매매 수수료에서 기업, 사업 투자 수익으로 전환한 것처럼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삼성전자 같은 해외 기업과 규모의 차이가 있어 금융과 다른 사업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워크맨’을 시작으로 1980~1990년대 전자 왕국을 건설한 소니는 2000년대 들어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 성공 방정식을 고집하다 몰락했다. 2003년 4월에는 실적 부진 탓에 불과 이틀 만에 주가가 27%나 폭락하는 ‘소니 쇼크’를 겪었다. 그렇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다.

소니는 2010년대 ‘탈일렉트릭’을 선언하고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개혁에 착수하기 전까진 TV 등 가전 사업 비중이 최대였지만 지금은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현재 영업이익의 60%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나온다.

소니 주가는 훨훨 날고 있다. 지난해 12월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30%가량 올랐다. 시가총액은 약 26조2500억엔으로 도쿄증시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날 소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31% 오른 주당 4268엔에 마감했다.

금융을 뗀 만큼 향후 투자자 시선은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소니는 대형 투자의 비용 대비 효과를 지금보다 꼼꼼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 효과의 투명성 제고가 요구된다”며 “현재 소니는 인수한 주요 자회사의 실적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투자로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을지 불투명해 투자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재상장한 소니파이낸셜은 소니생명보험, 소니손해보험, 소니은행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소니파이낸셜은 앞으로도 소니와 관계를 유지한다. 산하 금융 3사는 소니 브랜드를 계속 쓴다. 소니는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차세대 인터넷 웹3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과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개발도 추진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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