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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서 체포된 한국인 48배 폭증…"감옥은 지옥"

입력 2025-10-01 16:27   수정 2025-10-09 20:43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 등 각종 피싱 범죄의 거점으로 꼽히는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한국인이 최근 3년간 48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수익 해외 취업' 등에 속아 납치된 뒤 강제로 범행에 동원된 피해자들로 나타났다. 이들이 국내 송환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인신매매 등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으나, 외교 당국은 관련 실태 파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포 한인 급증…올해 7월까지 144명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은 2023년 3명에서 2024년 4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월부터 7월까지 144명이 체포돼 이미 작년 인원의 세 배를 넘어섰다.

올해 체포된 인원의 대부분은 '범죄단지' 또는 '웬치'라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 단속 과정에서 붙잡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7월 17~18일 대대적인 사이버범죄 단속을 벌여 한국인 57명을 체포했다. 지난 2월 3일에도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9명이 붙잡혔다.

체포된 한국인 중에는 취업 사기를 당해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던 피해자도 적지 않다. 올해 1~7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는 252건으로, 2023년(17건)의 14.8배에 달했다.
○체포된 한인, 타 조직으로 '인신매매'
문제는 체포 이후다. 현지 경찰과 이민당국의 부패 속에 한국인들이 본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다른 범죄조직에 팔려가거나 돈을 내고 풀려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범죄단지에선 한국인 조직원 15명이 무더기로 붙잡히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청은 "현지 당국과 협의해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들은 불과 2주 만에 풀려나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체포됐던 김모씨(45)는 현지 경찰에 수차례 '한국으로 추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경찰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이 다 지불됐으니 짐을 싸라'고 하더니 우리를 다른 중국계 범죄조직에 넘겼다"며 "사실상 경찰이 우리를 돈 받고 판 것"이라고 했다. 범죄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굴레에 갇혔던 것이다.

김씨는 "유치장에 있으면서 대사관에서 나와 주길 애타게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영사조력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이 체포될 경우 정기적인 방문과 면담 등을 통해 영사 조력을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는 다른 범죄단지로 옮겨져 두 달 동안 강제로 피싱 범행에 동원됐다. 그러다 지난 7월 28일 옷가지로 만든 밧줄을 타고 창문 밖으로 탈출했다. 손바닥이 벗겨져 한 달간 치료받아야 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지난달 17일 한국으로 자진 귀국해 강원경찰청에서 조사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사관은 관련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김건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체포된 한국인이 인신매매된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인 수용자는 '돈줄'…금전 갈취 일상
한국인들이 구금 시설에서 당하는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 지난 1월 3일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서 구출된 정모씨(28)는 납치 피해자였음에도 약 한 달간 이민국 수용 시설에 수감돼 있어야 했다.

정씨는 작년 12월 "휴양지에서 코인 투자를 배워 돈을 벌 수 있다"는 온라인 공고에 속아 출국했다가 납치돼 범죄단지에 갇혔다. 그는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감금 사실을 신고해 간신히 구출됐지만, 이후 30일간 구금됐다. 변호사도 통역인도 없어서 억울함을 해명할 길조차 없었다.

구금 환경은 열악했다. 4~5평 크기의 방 한 칸에서 10명이 모여 자야 했고, 하루에 두 번 나오는 식사도 맑은 국물에 밥 반 공기가 전부였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매점에서 사 먹어야 했지만, 초코파이 한 개가 4달러(약 5400원)에 판매될 정도로 모든 게 '부르는 게 값'이었다.

수용 시설 직원들은 수용자들을 상대로 금전 요구를 일삼았다. 정씨는 '휴대전화 사용료 800달러', '베개와 이불 사용료 280달러'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겼다고 증언했다. "2000달러를 내면 3일 안에 내보내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민국은 귀국 항공권 비용으로 정씨에게 1000달러를 받아 갔지만, 실제 항공권 가격은 약 40만원에 불과했다.

정씨가 한 달간 감옥에서 반강제적으로 쓴 돈은 약 1000만원에 달했다. 그는 "이민국 직원들은 한국인 수용자를 '돈줄'처럼 여겼다"며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체포된 한인들이 현지 구금시설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다른 범죄조직으로 이동하는 사례 등이 보고되는 만큼 영사 조력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로 취업 사기 등 범죄에 휘말리지 않도록 외교 당국이 적극적으로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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