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1년 중 국회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시험하는 시기입니다. 정부를 견제하고 정책을 점검하는 장치가 국감에 집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이 기간에 산하 부처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수많은 증인·참고인을 불러 정책 집행의 허점과 문제점을 파고듭니다. 국감이 '국회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국감은 시작도 전부터 난관을 만났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상임위마다 자료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의정자료시스템' 전산망 접속이 제한되면서 부처와 산하기관의 문서 유통이 평시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정책 자료나 세부 집행 내용을 확보하지 못하면 질의의 날카로움이 반감되면서 '맹탕 국감'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보좌진들은 바짝 날이 서 있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국정자원 화재 여파가 단순한 시스템 장애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선 정부 부처가 국정자원 화재를 핑계로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라며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보좌진은 "정부 부처가 교묘하게 자료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늑장 부리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자료 제출 지연' 문제는 국감 시즌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번 전산망 사고가 자료 제출 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최적의 핑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국정감사 제도의 취지의 살리기 위해서는, '전산망 마비'라는 악조건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국회의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한 보좌진은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국회를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전산망 마비는 불가피한 사고였지만, 정부는 그만큼 더 투명하고 성실하게 국감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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