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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ESTA 입국자도 B1비자와 같이 장비 설치 가능"

입력 2025-10-01 15:05   수정 2025-10-01 16:55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한·미 협의에서 전자여행허가(ESTA) 입국자도 미국에서 B-1비자 소지자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을 해석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근로의 성격에 따라 허용 여부가 불명확한 사례에 대해선 차후 회의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대책인 한국인 전용 취업 비자 의회 입법 등은 이번 합의와 별개의 ‘쉽지 않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급한 불은 껐다" 평가
한·미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를 갖고 미국 비자제도 개선 등 기업인의 미국 출입국 원활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B-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기업인이 현지 투자에 수반되는 구매 장비의 설치, 점검, 보수 활동을 할 수 있고, ESTA 입국자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ESTA가 B-1비자에 준한다고 해석했으나, 주한미국대사관은 기업 출장자들에게 가급적 B-1 비자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지난달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현장을 단속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ESTA를 관광 비자로 간주, ESTA 입국자들은 업무를 불문하고 구금했다.

한·미 합의를 통해 ESTA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올스톱됐던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도 일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양국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추석 이후 출장과 현지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향후 미국 공항 입국수속, 지방정부 등에서 기업인들의 입국 차질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위킹그룹을 지속 가동해 ESTA와 B-1비자 입국자의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이달 중 대미 투자 한국 기업의 비자 문제 관련 소통 창구인 전담 데스크를 주한미국대사관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회색지대' 업무의 해석이 과제
합의가 이뤄졌지만 기업들의 불안감이 100%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B-1비자 출장자들이 업무가 규정상 활동 범위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데 장비 설치 과정에서 벽을 일부 조정하거나 칸막이를 세우는 등의 행위도 '건설'로 분류되 불법이 되며, 시험 가동이나 수율 안정화 기간에 근로한 기술자 역시 불법 취업자로 취급 당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조지자주 단속에서 B-1·B-2 비자 소지자 역시 146명이나 구금됐다. 당시 현장 단속 요원들은 근로자 들에게 "무슨 업무를 맏고 있냐"고 질문한 뒤 대답 못하거나 자신들이 판단했을 때 허용범위를 넘으면 모두 연행했다. 관련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초엔 ESTA도 B1처럼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로 알고 있었는데 체포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미국이 약속을 한만큼 앞으로 긍정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좀 더 확실한 약속이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취업비자 확대는 정상외교 등 고위급 노력 필요
근본 해결책인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확보 등은 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호주가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매년 1만500개의 전문직 비자(E-3) 정원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문비자의 일종인 ESTA는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장 90일, B-1 비자도 6개월(최대 1년)에 불과해 공장 초기 가동과 안정화를 하는데 부족해서다.

이날 미국 대표단은 한국 측의 제도 개선 요청에 대해 "현실적인 입법제약 고려시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하면서 향후 가능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취업 비자 문제가 미국 의회의 권한인 만큼 워킹그룹에선 논의에 한계가 있어서다. 이날 회의는 정기홍 공공외교대사를 대표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가 자리했고 미국 측에선 케빈 킴 동아태국 차관보 대행이 수석대표로 나선 가운데 국토안보부, 상무부, 노동부 등이 참여했다.

미국의 반이민 정서를 고려하면 취업비자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 또는 장관급 고위 채널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 전문인력을 위한 전용비자를 만드는 '한국 동반자법'이 발의됐음에도 통과되지 못한 것은 미 의원들이 자국 내 여론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현일/성상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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