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화재나 테러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23년 초 충남 공주에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를 세웠지만, 개장을 차일피일 미뤘다. 2023년 11월 정부 전산망 장애 사태가 터지면서 ‘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운영 계획을 수정한 영향이었다. 액티브-액티브 시스템은 동일한 데이터가 저장된 두 개의 서버를 모두 켜놓고 한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른 서버가 임무를 이어받는 것을 의미한다. 한 서버에 사고가 발생해도 멈춤 없이 플랫폼이 운영된다. 잠시 시스템 작동을 중단하고 데이터를 복사해 복구하는 ‘액티브-스탠바이’ 시스템보다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다. 미국은 중앙정부 행정망을 액티브-액티브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전쟁을 치르다가 무기 교체를 이유로 전선에서 병사들을 뺀 것과 똑같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해도 2년 넘는 기간 백업 없이 정부 데이터를 한 곳에만 방치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대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주요국은 민간과 공공 클라우드를 동시에 활용하며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관리 소홀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천재지변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G드라이브 데이터 소실은 정부의 오판이 부른 명백한 인재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이 G드라이브뿐인지 철저히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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