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박스 렌즈 화각이 운전자 시야와 차이가 있어 운전자 과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형 화물트럭 운전자가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갑자기 바로 앞에 나타난 행인을 운전석에서 보지 못하고 충격했으나 블랙박스에 사고 장면이 찍힌 경우 운전 부주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55)씨는 최근 무죄를 확정받았다. 8.5t 화물트럭을 몰던 A씨는 2023년 8월 2일 낮 시간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 요금소 현금 차로에 정차해 통행료를 낸 뒤 출발하는 과정에서 B(63)씨를 앞 범퍼로 친 뒤 그대로 지나쳤다. 이후 B씨는 숨졌다.
B씨는 미납 통행료를 현금으로 직접 내려고 A씨의 트럭 바로 앞에서 차로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검찰은 해당 트럭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블랙박스 렌즈 화각과 실제 운전자의 시야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B씨가 횡단하는 모습이 찍혔지만, 지면에서 트럭 앞 유리 아랫부분까지 높이가 1.95m이고 B씨의 키는 1.7m 정도여서 운전석에서는 볼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한 것. 블랙박스 렌즈 화각이 운전자 시야보다 상하좌우로 더 넓어 촬영됐지만 운전석에 있는 A씨는 트럭 바로 앞을 지나가는 B씨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화물트럭 구조나 블랙박스 설치 위치 등과 시야의 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수사기관이 조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더욱이 해당 차로는 무단 횡단이 금지돼 요금 수납원들도 지하통로를 이용해 건넜으며 B씨는 앞선 승용차 두 대가 정차했을 때 그냥 서 있다가 화물트럭이 막 출발할 때 횡단을 시도했다.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지난해 8월 "시야가 제한된 A씨에게 B씨의 무단횡단을 예견 또는 피해야 할 주의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최근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해 A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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