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과 7년 만에 재연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라앉지 않는 기술주 거품 논쟁까지. 산적한 과제에도 월가 투자은행들이 증시 강세론을 쏟아내는 배경엔 인공지능(AI)이 호황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이 깔려 있다. 최근 미국 S&P500지수가 내년 말 90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해 주목받은 줄리언 이매뉴얼 에버코어ISI 수석 주식·퀀트 전략가는 “지금은 (30년 전) 인터넷 혁명처럼 또 다른 AI 혁명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며 “기술 혁명이 주가와 사회 전반의 성장률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증시는 AI 낙관론에 힘입어 지난 4월 저점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31% 상승했다. 경기 침체기 때 단기 반등한 경우를 제외하면 약 20년 만에 가장 좋은 성과다. 이미 쉼 없이 달려온 미국 증시를 향후 더 높은 고점으로 이끌 핵심 동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다.
지난달 8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한 Fed는 이달과 오는 12월에도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와중에도 올 2분기 3.8% 성장하며 침체 위험을 일단 비껴갔다. 경쟁적으로 늘린 AI 인프라 설비투자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덕분이다. 여기에 Fed의 연속 금리 인하까지 가세하면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주식에 대한 향후 3개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매수)로 상향한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자산배분전략 총괄은 “탄탄한 기업 이익 증가와 Fed의 금리 인하, 그리고 세계적인 재정 확장이 증시에 지속적 상승 모멘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와 감세는 증시의 펀더멘털과 직결되는 기업 실적에 긍정적이다. 월가는 오는 14일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는 3분기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연말 랠리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최근 S&P500지수 연말 목표치를 7000으로 상향한 야데니리서치는 “3분기에도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이 증시의 기록적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월가가 추정하는 3분기 S&P500 기업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다. 야데니리서치는 10.7%로 전망했다.
10월 하반기부터 연말까지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 성과가 가장 좋았던 시기다. S&P500지수는 1950년 이후 4분기에 4.9% 상승률(중간값)을 기록했다. 상승 확률은 81%였다. 특히 올해처럼 Fed가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한 1998년, 2024년에는 4분기 평균 상승률이 13.8%에 달했다.
월가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하거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해 Fed가 시장 기대만큼 금리를 많이 내리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경계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된 낙관론이 되돌려지면서 일시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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