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미국 측과)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미국 현지에서 양자 협상을 벌인 뒤 지난 6일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보낸 안에 대해서, 특히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서로 이견을 좁혀가는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제시하고 러트닉 장관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에는 대통령실이 주재한 긴급 통상현안 대책 회의에 유선으로 참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 달째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진전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김 장관도 “일단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 머지않은 시일에 다시 또 만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휴 중 김정관·러트닉 회담 후…APEC 전 협상 타결 기대 솔솔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요구대로 단기간 3500억달러 현금 투자를 하면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며 투자 부담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유럽연합(EU) 외 ‘트럼프 관세’의 성과가 필요하고,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물가 상승 등 내부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도 협상 타결을 낙관하는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미·중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이 열릴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성공적인 양자 회담을 위해선 한국 측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트닉 장관을 만난 김 장관이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발언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협상은) 교착 상태가 아니라 양국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예열 단계”라고 전했다.
다만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up front) 요구’에 대해선 “논의는 없었다”고 했고,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APEC 방한’ 전 추가 협의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정부 입장에선 미국과 ‘문서화’를 끝낸 일본 및 EU와 달리 25% 자동차 품목관세를 물고 있어 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점이 부담이다.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세계무역기구(WTO)는 7일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8월 1.8%에서 0.5%로 내렸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한국은 최소한 선언적이며 정치적 타협이라도 얻어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면 APEC 행사는 미·중 무역 합의 무대만 제공하는 외교 참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미국이 ‘도로 25%(상호관세)’로 관세를 높이는 게 아니라 50%로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김대훈/김형규/하지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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