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통제를 재차 시행하자 미국은 대두 수입 중단 가능성과 비행 경로 제한, 정유사 제재 카드를 무차별적으로 꺼내들며 맞붙는 모습이다.
곧이어 "우리는 대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무역 전쟁 재점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오가는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교통부는 이날 미국 항공사와 중국 항공사 간 불균형한 경쟁 요인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이 같은 금지령을 제안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2022년 3월 러시아 항공사의 미국 상공 비행을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도 미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 항공사들은 러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갈 수 있어 비행시간을 단축하고 연료를 덜 소비하고 있다.
교통부는 중국 항공사에 이번 명령 내용에 응할 시간을 이틀 줬으며, 최종 명령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이란산 원유·액화석유가스 판매·선적을 가능하게 한 50여개 개인과 기업, 선박을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소재 원유 터미널과 정유사 등이 포함됐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에 보유한 모든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 국민과 기업은 제재 대상과 거래가 금지된다.
또 희토류 채굴·제련, 영구자석 제조, 2차 자원 재활용 기술 등도 모두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 4월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비해 우회 수출과 기술 수출까지 대상으로 해 규제 강도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상무부는 이날 미국 기업 14개를 '신뢰할 수 없는 리스트'에 넣겠다고 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의 드론 격추 장비 제조 업체 디드론바이액손, 드론 방어 시스템 업체 디자인테크놀러지,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시스템즈의 미국 지사 등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격화된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은 이같은 해석을 반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사설을 통해 이번 조치가 수출금지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이며, 희토류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희토류 산업의 표준화된 관리를 촉진하려는 중국의 체계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관세 전쟁에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이 보호 무역주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각종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전 세계 무역 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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