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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김숨 "우리도 언제든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죠"

입력 2025-10-10 16:53   수정 2025-10-10 23:35


소설가가 10년 동안 하나의 소재를 붙잡고 여러 작품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단어와 글감을 다루면서도 매번 새롭게 읽혀야 한다. 더구나 그 소재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라면. 작가의 표현대로 ‘징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근 장편소설 <간단후쿠>를 출간한 소설가 김숨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간 이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인 전쟁, 국가 폭력 문제를 10년간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폭력의 가해자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성찰하고 배우지 않으면 우리도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어요. 소녀를 팔아넘긴 사람들, 고향으로 돌아온 뒤 2차 가해를 한 사람들까지…. 무사유, 무지로 인해 그런 일을 저질렀겠죠.”

제목인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이 입고 생활한 원피스를 일컫는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만주 위안소에 끌려온 15세 소녀가 임신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만삭에 이르는 시간을 그린다. 참혹한 폭력의 현장을 특유의 시적 문장으로 그려내 독자가 이야기로부터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든다. “간단후쿠를 입고, 나는 간단후쿠가 된다.”

맨 처음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자 “제가 택한 게 아니다. 할머니가 제게 온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작은 2014년 여름호 ‘작가세계’에 실은 중편 ‘뿌리 이야기’였다. 김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고모할머니를 짧게 등장시켰는데,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며 “평범한 사람도 하루를 살아내기가 힘든데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할머니의 하루는 어떨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위안부 생존자가 한 명 남은 미래를 가정한 장편 <한 명>(2016)을 썼다. “기록에 의존해 소설을 쓴 뒤 부끄러웠어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체화하지 못한 채 쓴 걸 스스로 아니까요.”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이어온 그는 길원옥·김복동 증언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2018) 등을 써냈다. 그는 이번 책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10년이라는 ‘징한’ 만남을 갖고 나서야, 그분들 이야기를 마침내 소설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작가는 거대한 역사에 가려져 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이번 소설을 통해 복원한다. 소설 속 소녀들은 사연과 감정이 각기 다르다. 수난을 버티는 방식도, 일본군에 대한 감정도 단순화하지 않는다. 김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라고 하면 흔히 단일한 집단으로 이해하지만 저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거짓말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성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검열’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 “우리의 미래가 되어 찾아오실 할머니들께 이 소설을 드린다”고 썼다. 왜 과거가 아니라 미래일까. 김 작가는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하는 자세가 우리의 딸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각국 전쟁 성폭력 피해자가 다른 국가의 피해자와 연대하려고 노력한 이유”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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