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대량으로 매입해 다른 기업에 임대하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이 IT업계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빅테크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칩 사용을 확대하자, 엔비디아는 네오클라우드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에 AI가속기 630억달러(9조원)어치를 판매하는 체결하면서 ‘특별조항’을 넣어줬다. 코어위브가 임대에 실패하는 유휴 AI서버 물량을 2032년까지 엔비디아가 임대해 매출을 보장해주는 계약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업체인 람다랩스로부터 15억달러(약 2조1500억원) 규모의 AI가속기 1만8000대를 임대하는 비슷한 유형의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가 임대한 AI서버는 내부 연구에 사용된다.
AI업계 ‘갑’인 엔비디아가 밑지는 장사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4사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칩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빅테크가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네오클라우드에 지분까지 투자하며 ‘혈맹’을 맺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3년과 지난해 두차례 투자를 통해 코어위브 지분 6.5%를 확보했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업체인 네비우스 지분도 0.5% 확보하고, 지난 2월 진행된 람다랩스의 4억8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에도 참여했다.
전세계 기업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최신 AI서버도 네우클라우드에 ‘우선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위브가 지난 2월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AI가속기를 전세계 클라우드 사업자 중 처음으로 서비스한 것이 대표적 증거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파트너들의 AI가속기 설치와 최적화까지 돕는 ‘전담팀’까지 운영하고 있다.
네오클라우드의 부상은 빅테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은 전자상거래에서 나오지만 이익의 60%는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온다.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이자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인 오라클은 지난 7일 AI서버 임대 사업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주가가 장중 7% 폭락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칩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MS는 지난달 네비우스로부터 26조원 규모 AI서버를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네오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올해 230억달러에서 2030년 1800억달러로 7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