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50~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이를 빌미로 인도에 50%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중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해 미국 중남부 농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대신 미국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이 강화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은 폴리티코에 “중국의 수출 통제 확대는 계산 착오처럼 보인다. 중국이 그 선을 넘었다”며 “경제적 무기를 동시에 꺼내 든 양측이 물러설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100% 관세가 추가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대중 추가 관세는 130%로 높아진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부과된 관세율을 합치면 실질적인 대중 관세율은 157%까지 올라간다. 미·중 무역이 힘들어지는 수준이다.
이번에도 이처럼 빠른 속도로 협상이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5월 이후 휴전 모드가 이어지던 상태에서 중국 측이 돌연 확전을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다시 협상하더라도 상황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수세였던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한층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친중 성향의 홍콩 성도일보는 12일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설 힘이 없다”고 썼다. 4월에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에 덧붙인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가 눈길을 끈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대항하는 성격으로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갈등은 당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기로 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서로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노림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부과 시점을 APEC 정상회의가 끝나는 11월 1일로 제시한 것도 막판 타협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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