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동시에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급격히 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랙아웃 이후 전력계통을 다시 살리는 블랙스타트(전력복구)에는 화력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블랙아웃 직후 초기에는 수력 발전과 양수 발전이 기동전력을 제공한다. 기동전력이란 발전소를 다시 돌리기 위해 처음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으로, ‘시동용 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수력·양수 발전은 수자원 양의 한계 등으로 출력이 제한적인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전력거래소는 곧바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을 우선공급 발전기로 투입한다. 화력발전을 가동함으로써 주파수를 안정화하고 전력계통을 지탱하는 것이다. 특히 LNG 복합화력은 기동시간이 20분 내외로 짧고, 주파수 조정 능력이 뛰어나 정전 직후 불안정한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석탄 발전의 경우 기동은 느리지만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중장기 복구에 필수적이다. 전력거래소는 자료에서 “블랙스타트를 해야 할 때 주간에는 태양광 발전의 출력 변동성이 커서 주파수 안정화를 위해 석탄·LNG 화력 발전기의 추가 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태양광은 그 간헐성으로 인해 블랙아웃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발전원이면서도, 블랙스타트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강승규 의원은 “이는 결국 LNG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능하고, 석탄 발전 없는 정전복구도 허상이라는 의미”라며 “탄소중립 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격리할 수 있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역량 확보 등 건설적인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도 최근 한국가스공사 행사에서 청정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LNG 발전의 보완적 역할을 강조했다.
최용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천연가스는 ‘전환기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분석 결과 올해 7월 LNG 발전소의 기동·정지율은 57%로 5년 전보다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LNG가 보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기동·정지율은 LNG 발전소가 일정 기간 동안 몇 번이나 가동을 시작하고 멈췄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글로벌 가스발전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2040년까지 전 세계에 약 890기가와트(GW)의 가스발전 설비 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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