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인허가 기간을 1년가량 단축하고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역세권 용적률을 높이는 특례도 도입한다.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주거지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이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강남구에 2만5000가구, 서울 전체에 31만 가구를 신속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은마에 ‘신속통합기획 시즌2’ 첫 적용
서울시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처음으로 적용한다고 13일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도입한 공공 지원 계획이다. 그동안 시는 정비지수제 폐지, 신속통합기획 도입(정비구역 지정 5년→ 2년),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정비사업 촉진 방안 등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18년6개월에서 13년으로 5년6개월 줄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속통합기획 시즌2는 불필요한 절차를 통폐합해 전체 사업 기간을 12년으로 1년 더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회의를 폐지하고, 재개발 임대주택 입주 희망자의 자격 확인을 위한 무주택 여부 전산 조회를 1회로 간소화하는 식이다.
은마아파트에는 정비사업 중 최초로 ‘공공분양주택’도 도입한다. 민간 주도 재건축에 공공분양을 결합하는 첫 사례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300%→331.9%)를 적용해 655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기반 시설이 우수한 역세권에 법적 상한의 최대 1.2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제도다. 완화된 용적률의 30~40%는 민간주택으로, 60~70%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외 5개 단지에서 역세권 용적률 특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시는 “민간 주도 재건축에 공공분양을 결합해 사업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마, 2030년 첫 삽 뜬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지상 14층, 4424가구 규모의 노후단지다. 199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돼 2002년 시공사(삼성물산, GS건설)도 선정했다. 하지만 층수 규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지하 관통 등 암초를 만나며 20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됐다. 2015년에는 주민 제안으로 재건축(49층 계획)을 추진했으나 당시 35층 높이 규제로 무산됐다. 2022년 말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2023년 조합도 설립했다. 같은 해 높이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올 1월 신속통합기획 자문 신청을 했다. 지난달 초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수권분과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 재건축 조합은 2030년 착공해 2034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공영주차장을 설치해 대치동 학원가 상습 주차난을 해소한다. 개방형 공공도서관을 비롯해 국공립어린이집, 치안센터, 공원, 저류시설 등 교육·복지·안전이 어우러진 주거 환경을 조성한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시작으로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본격화해 강남권을 비롯한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지역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강남구 2만5000가구를 포함해 총 31만 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명확한 주택공급 원칙은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적극적으로 지원해 시민이 원하는 곳에 좋은 품질의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라며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노후 주거지의 민간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핵심 지역 내 주택을 빠르게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