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체이스가 미국의 핵심 산업에 대한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안인 ‘안보 및 회복력 이니셔티브’를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것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관련한 기술 규제로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내놓은 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도 최근 미국 안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정치권의 구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다이먼 CEO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안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올해 5월 주주 서한에서 “미국은 핵심 군수품을 잠재적 적대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을 지목했다. 또한 2023년 서한에서는 “핵심 물자와 제품의 공급망은 반드시 국내에 있거나,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파트너에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이먼 CEO는 이같은 투자안을 발표하면서도 해당 사항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이건 자선이 아닌 100% 상업적 사업”이라며 “리서치, 은행가, 투자자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민간 기업이 수익을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다이먼 회장이 “정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JP모간이 세운 목표가 핵심 인프라와 기술을 미국에 두겠다는 백악관의 정책 의제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간이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한 기업들에 대한 정부 투자에 관여해 왔다고 보도했다. JP모간은 지난 7월 골드만삭스와 함께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에 10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WSJ은 이같은 자금 지원이 미 국방부가 MP머티리얼스의 최대 주주가 된 것과 연계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MP머티리얼스에 들어가는 자금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기업에 희토류 자석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 공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JP모간은 직접적인 대출과 투자를 비롯해 △주식·채권 발행 주선 △타 금융기관 연계 자금 조달 △자산운용 및 자산관리 부문을 통한 간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투자 대상인 4가지 핵심 분야로 △핵심 광물과 로봇공학 등을 포함한 공급망 및 첨단 제조 △ 방위 기술, 자율주행 시스템, 드론, 보안 통신 등을 포함한 국방·항공우주 △배터리 저장, 전력망 복원력 등을 포함한 에너지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보안, 양자컴퓨팅을 포함한 첨단·전략적 기술 분야를 제시했다.
JP모간은 4대 분야를 다시 27개 세부 분야로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조선, 원자력, 나노소재, 핵심 방산 부품 등이 포함된다.
JP모간은 기존에 1조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및 금융 지원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투자안을 통해 추가로 5000억 달러를 더해, 총 50% 확대된 규모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JP모간은 이번 이니셔티브의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해, 은행가·투자 전문가·산업별 전문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 및 민간 부문 출신의 경험 많은 리더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회 를 신설해 장기 전략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JP모간은 투자 대상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둘 것이라고 했다.
이날 JP모간 발표 후 관련주도 들썩였다. 특히 뉴욕증시에서 리게티 컴퓨팅(25.02%)과 디웨이브 퀀텀(23.02%), 아르킷 퀀텀(20.09%) 등 양자컴퓨팅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20% 넘게 상승했다. 아이온큐(16.19%)와 퀀텀 컴퓨팅(12.86%)도 1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는 JP모간의 장기 투자 계획 발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양자컴퓨팅 기업들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잇달아 투자에 뛰어들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리게티 컴퓨팅과 디웨이브 퀀텀은 지난 한 달간 주가가 각각 186%, 122% 상승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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