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와 함께 서학개미의 ‘최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 꼽히는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14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을 비롯해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등 기업인 4명과 각각 25분씩 ‘전략적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런티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아메리칸 팩토리’를 구현하는 데 선봉 역할을 하는 빅테크다. 한·미 군사동맹 ‘업그레이드’ 전략에도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카프 CEO의 방한을 계기로 팰런티어의 한국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팰런티어가 미국을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한국 기업과의 교류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와 스마트 조선소 설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전략이 성공하려면 노동력을 최소화한 신개념 조선소 건설이 필수”라며 “현재 팰런티어는 HD현대와 무인수상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의 조선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트윈 도입 등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이 군함 등 전략 자산을 한국 조선사에 발주하려면 팰런티어처럼 보안에 특화된 AI 솔루션 기업의 개입이 필수다.
이번 행사는 KT가 올해로 두 번째 주최하는 ‘AX 리더 서밋’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하지만 작년과는 형식이 상당히 달랐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회사별로 미팅이 진행됐고, 모든 미팅은 극비리에 이뤄졌다”며 “각 기업의 AX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팰런티어 특유의 행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밋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체계적이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팰런티어가 현재 가장 크게 주목하는 분야는 국방이다. 한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팰런티어가 인재 양성에 특화돼 있다는 점도 한국 정부에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방 분야 AI 전문가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간파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팰런티어를 비롯해 미국의 AI 빅테크는 한국의 제조 데이터를 보물 창고로 여긴다”며 “팰런티어가 물밑에서 한·미 동맹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면 국내 기업 솔루션 시장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최지희/강경주/박의명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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