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경제·통상라인 수장 네 명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한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2주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방미가 관세협상 최종 타결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16일 출국한다고 15일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루 앞선 15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DC로 향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고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전까지 관세협상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을 최대한 좁히는 게 협상팀의 목표다. 우리 측은 미국이 요구하는 ‘현금 선불’(up front) 형태의 투자펀드 조성에 난색을 보였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최근 ‘일정 부분’ 반응을 보인 상태다. 김 실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협상 데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자주 오는 게 아니어서 APEC 정상회의가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했다.
대미투자 방식 접점 찾을까…APEC 전 매듭 짓는 게 목표
미측이 최근 이 같은 대안에 대해 일정 부분 반응을 보인 게 교착 상태인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김 실장은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미국이 한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최근 상당히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협상을 통해 한국이 3500억달러를 순전히 현금으로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도 인지했다”고 했다.
협상은 펀드 내 직접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에 미국이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500억달러 펀드 내 직접 투자 비중에 따라 제한적 규모로라도 통화스와프 체결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미 기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난다. 구 부총리는 최근 국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 나와 “1년에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최대 150억~200억달러”라고 얘기했다.
다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무제한’이 아니라면 통화스와프는 의미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만 참석하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관세협상에서마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APEC 정상회의가 ‘남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정부 고민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과의 조선업 분야 협력 등이 절실해 관세협상 타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협상에 진전을 도모해야 할 때라는 인식을 양측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길게는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밀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25% 관세를 적용받는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의 미국 내 경쟁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 우려가 크다.
한재영/김대훈/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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