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로봇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산업용 로봇 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10월1일~15일) 코스닥시장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430억원어치 순매수(3위)했다. 이어 휴림로봇(5위·345억원), 클로봇(8위·216억원), 유일로보틱스(9위·140억원), 하이젠알앤엠(10위·138억원) 등을 대거 사들였다. 코스닥시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로봇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같은 기간 하이젠알앤엠(58.80%)과 클로봇(50.52%), 휴림로봇(32.19%), 유일로보틱스(24.12%), 레인보우로보틱스(12.78%) 등이 강세를 보였다.

국내 로봇주는 앞서 지난 8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산업 현장에서 자동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외적으로 미중 관세분쟁이 로봇 분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로봇주로 관심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최근 한 달(9월15일~10월15일) 사이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20.81%)를 비롯해 'KODEX 로봇액티브'(17.85%),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14.84%), 'RISE AI&로봇'(11.18%),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10.77%)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로봇과 산업기계가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수입 품목인지를 판단하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치로 미국에 수입되는 로봇과 산업기계에도 자동차·철강 등과 같은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해당 조사가 끝난 뒤 상무장관이 조사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면, 대통령은 90일 이내로 조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중국 산업용 로봇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미국은 중국 휴머노이드의 시장 진출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로봇 분야는 미중갈등에 따른 구조적인 반사이익이 가능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도 로봇주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올해 청라신공장으로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세종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로보티즈는 최근 설비투자 등을 목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로봇 제조 공장 구축을 통해 2027년 상반기부터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할 계획이다. 생산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기업들의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트렌드포스(Trend Force)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 5억 달러 미만 수준에서 2028년에는 4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로봇주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가치의 약 80%가 옵티머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적었다. 옵티머스는 테슬라가 2021년에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ABB의 로봇 사업부문을 전격 인수하는 등 해외 빅테크의 로봇 산업을 둘러싼 경쟁 역시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ETF는 테슬라 옵티머스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보였다"며 "범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중 기술 경쟁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로봇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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