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단지를 팔고 새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갑자기 매도가 막혀 막막할 따름입니다.”(서울의 재건축 조합원 A씨)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대책’을 내놓자 수도권 정비사업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에서만 214곳(15만8964가구)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돼 재산권 피해가 예상된다. ‘규제 확대→사업 지연→주택 공급 위축→부동산 시장 불안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내 재건축 139개 구역(10만8387가구)과 재개발 75개 구역(5만577가구)이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사업장과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넘은 재개발 현장에서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된다. 거래 자체가 막히는 건 아니지만 양수인은 현금 청산 대상이 돼 매수의 실익이 사라진다.
조합 내분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팔고 싶은 사람’의 퇴로를 막아놓으면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처럼 조합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주민이 아닌 투자자 비중이 크고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은 서울 외곽의 중소형 단지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840가구)에선 급매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전용면적 31㎡ 소유주는 전날 호가를 6억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내렸다. 다만 ‘5년 거주·10년 보유’ 요건을 채운 1주택자는 규제에서 제외된다. ‘5·10 기준’을 충족해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한 ‘귀한 매물’은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사업 속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점도 눈에 띈다. 경기 광명 하안주공1단지는 조합설립 이전이지만 하안주공5단지(신탁 방식)는 지난 5월 사업시행자 지정이 고시돼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단지는 가격을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문의가 온 반면 5단지는 매물을 거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한 주민은 “1개 입주권만 받을 수 있는데 조합원 지위양도가 막혀 ‘멘붕’에 빠진 투자자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 공급 수 ‘1주택’ 제한, 1주택자 이주비 대출 취급 때 추가 주택 구입 제한 등 규제도 새로 적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연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정책협의회’에서도 10·15 대책을 두고 성토가 쏟아졌다. 김준용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장은 “이번 대책으로 정비사업 준비 구역에선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지는 지연을 걱정하게 됐다”며 “결국 주택 공급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금부터라도 서울시, 자치구, 연합회가 호흡을 맞춰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혁/유오상/강영연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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