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가운데,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세기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주인공은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 모 씨로, 소송 규모는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1조3천억원대 재산분할 소송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권 CVO와 이 씨의 이혼 사건 첫 변론기일을 다음 달 12일 오후 5시로 지정했다. 지난해 3월 조정 절차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의 재개이자, 이 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8조원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법원이 평가한 권 CVO의 자산은 약 8조160억원으로, 재산이 절반으로 분할될 경우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규모 판결이 될 전망이다.
이 씨는 2023년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권 CVO를 상대로 재산 절반의 분할을 요구했다. 그는 20년간의 결혼생활과 자녀 양육을 통해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재산 분할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유지한 재산을 기준으로 각자의 기여도를 따져 비율을 산정한다.
권 CVO는 서강대 재학 시절 이 씨를 만나 2001년 결혼했으며, 이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온라인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 시장에서 흥행시키며 회사를 조 단위 매출 기업으로 키웠다.
이 씨는 2002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로 등기됐고, 2005년 3월부터 12월까지는 이사직을 맡았다. 이 씨 측은 당시 실제로 대표 직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는 2006년 출시됐다. 2004년 개발에 착수한 뒤 중국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권 CVO와 개발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씨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씨는 설립 초기 자본금 5000만원 중 30%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해당 지분은 2010년경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 CVO가 다시 매입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법무법인 YK의 곽윤서 변호사는 "권 CVO 측은 스마일게이트를 본인의 노력으로 일군 결과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이 씨 측은 결혼 이후 형성된 재산이라는 점과 창업 초기 경영 참여를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변호사는 또 "핵심 쟁점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의 가치 평가 방식과 금액 산정"이라며 "법원이 배우자의 직·간접적 기여를 어느 수준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앞서 이 씨가 권 CVO를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권 CVO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 주요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이 씨의 재산분할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이혼 소송이 성립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유책사유가 입증돼야 한다.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씨는 권 CVO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권 CVO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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