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10.62
(24.38
0.59%)
코스닥
934.64
(0.36
0.04%)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책마을] 인간은 정말로 '낙원'에서 살기를 바랄까?

입력 2025-10-17 17:59   수정 2025-10-17 23:53

인간은 경험과 지식의 한계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구상할 수 있을까. 현실 속 불의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무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런 질문에 답을 내놓기보다 그 물음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버리곤 한다.

이런 모순적인 특징은 <유토피아>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인 ‘유토피아’라는 단어의 중의성에서부터 함축적으로 전해진다. 유토피아는 ‘장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토포스’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우’를 합성해 만든 말로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한다. 동시에 ‘좋다’를 의미하는 접두사 ‘에우’가 붙어 ‘좋은 장소’ ‘이상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살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로 수렴된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제시하고자 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포기하고, 실현 불가능한 허구의 세계 속으로 도피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철학자 티에리 파코에 따르면 유토피아는 좀 더 나은 다른 곳을 향한 출발이자 현실의 디스토피아를 비추는 거울이다.

<유토피아>는 당시 유행하던 방식대로 먼 이국땅을 여행하고 돌아온 여행자와 만나 이야기하는 픽션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책의 1부는 불행이 가득한 디스토피아, 2부는 이상적인 나라 유토피아라는 식으로 짝이 맞춰졌다.


책의 메시지는 작중 주인공인 토머스 모어와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히슬로다에우스라는 이름은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모어의 라틴어식 이름 ‘모루스’도 그리스어로 바보를 뜻하는 ‘모로스’와 비슷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주인공 이름부터 모호하다. 이들의 입을 빌려 전해지는 당대 사회의 모습은 분열된 공동체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유명한 표현처럼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사회 모순은 확대되고 있다.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현실의 ‘반대 상(像)’이다. 공상의 섬 유토피아는 공산주의 천국이 연상되는 공간이다. 이곳의 주민은 철저한 계획과 통제의 대상이다. 식사부터 가정생활까지 일일이 국가가 간섭한다.

전 국토도 획일화됐다. 모든 도시는 정방형으로 똑같이 생겼다. 사유 재산이 없어서 유토피아인들은 10년에 한 번 추첨으로 집을 바꿔 산다. 사람들은 하루 6시간 의무적으로 일한다. ‘하루 6시간’이라는 극도로 적은 노동시간만으로 전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회 구성원 전체를 ‘총동원’하기에 가능하다. 모두가 오후 8시에 일괄적으로 잠이 드는 것이 원칙이며 사치와 쾌락은 금지된다. ‘누구도 가난에 빠지거나 구걸하는 일은 없는’ 사회의 배경에는 강력한 통제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 이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같은 회색빛 이상 국가는 고대 플라톤 구상의 복사판이기도 하다. 플라톤처럼 모어도 ‘가부장적’이면서 ‘정체된’ 사회를 모델로 삼았다.

이처럼 모순으로 가득 찬 유토피아에는 짜인 계획 속에서 세상을 더욱 철저히 통제하려는 지식인의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런 사회가 과연 이상향일까. 정말로 인간이 ‘낙원’에서 살기를 바라는지 <유토피아>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