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전세기를 띄워 캄보디아 수사 당국에 구금된 64명 전원을 송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단일 국가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자 송환 작전으로, 경찰은 이들을 비행기에 태우자마자 체포영장을 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에 연루됐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아직 현지에 붙잡혀 있는 한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찰과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은 18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한국으로 송환된다. 해당 전세기는 18일 오전 2시(현지시간 18일 0시)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출발해 7시3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송환 대상은 캄보디아 수사당국에 구금된 인원 전원으로, 당초 알려진 59명에서 인원이 5명 늘어났다. 이들은 지난 7월과 9월 현지 경찰의 두 차례 단속 결과 검거된 범죄 혐의자다.이번 작전은 피의자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한 역대 세 번째 사례며,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 범죄자 송환이다. 전세기에는 송환 대상자뿐만 아니라 범죄자들을 호송하는 형사 190여 명도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환 대상자들은 전세기 탑승 직후 체포되며 국내 공항에 도착한 직후 관할 경찰서로 압송돼 수사받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송환자 대부분이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며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가 내려진 사람도 있으며 모두 체포 대상”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50대 최모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6월 18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숨지기 한 달 전인 5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찾아 영사 면담을 요청하는 등 귀국 지원을 호소했으나 끝내 먼 타국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그는 당시 본지 기자에게 “중국 일당에게 감금, 폭행,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고 이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말했다.
최씨는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캄보디아 포이펫 지역의 한 범죄단지 ‘로맨스 스캠’ 조직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울산경찰청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최씨가 숨진 뒤 울산경찰청은 외교부를 통해 최씨의 사망 사실을 통보받았고 이후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사인은 심장질환 등으로 파악됐다. 심장질환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씨는 생전 자신이 속한 조직의 피싱 피해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총책 등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하는 등 내부고발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조직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모임의 대표 이모씨는 “최씨의 내부고발 덕에 총책과 나머지 조직원까지 특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외교부는 “대사관은 최씨가 6월 10일 병원에 입원 중이란 연락을 받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며 “사실상 무연고자로 판단하고 긴급지원비를 받아 고인의 장례를 치렀다”고 해명했다.
앞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에서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지난 7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 베트남 지역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이날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 보도를 인용해 “국내에 머무는 훈 센 정권의 반체제 인사가 국내에 체류하는데 (캄보디아 정부가) 송환을 요구했다”며 “정치적 이유로 각종 절차가 지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내 취업사기·감금 범죄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김다빈/류병화/배성수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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