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것과 본질적으로 같지만 mRNA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된 항원을 암호화한다는 점만 다릅니다.”카일 홀렌 모더나 수석부사장(종양학 부문 총괄)은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 발표 후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제조 공정과 기반 기술은 모든 프로그램에 걸쳐 활용되는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모더나는 올해 ESMO에서 난치성 흑색종 환자 대상의 mRNA-4359 임상 1·2상 초기 데이터를 공개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쓰였던 mRNA 기술이 암 치료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모더나가 강조하는 항암제로서의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이 적다는 설명이다. 홀렌 부사장은 “주사 부위의 통증, 며칠간의 발열, 그리고 약간의 피로감이 나타나지만, 탈모, 구토, 설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기존 화학요법과는 매우 다르다”며 “특히 처음 주사했을 때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추가 투여 시에는 부작용이 줄어드는 양상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mRNA-4359는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단백질인 PDL-1과 면역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IDO1 등 두 가지 면역 회피 경로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 타깃’ 전략을 사용한다. 홀렌 부사장은 이 전략을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에 비유했다. 그는 “면역 억제를 브레이크를 해제해 면역 체계가 암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반면 동시에 우리는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가속 페달’을 밟아 암과 싸우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더나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에서 얻은 노하우를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홀렌 부사장은 “우리의 임상 3상 프로그램은 수술 후 재발 방지를 목표로 하지만 mRNA-4359는 암이 이미 전이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타깃 환자군은 다르지만 기반 기술은 모두 동일하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현재 흑색종 외에도 폐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mRNA-4359의 임상 1/2상을 확대했다. 흑색종 발병률이 낮은 한국에서도 더 유용성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홀렌 부사장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때마다 플랫폼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며 “새로운 mRNA 파이프라인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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