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 분할 소송에서 나온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은 뇌물성 불법 자금이라는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정부가 이 자금을 추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자금 회수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19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과 검찰은 지난 16일 대법원 판결 후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추징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뇌물죄 공소시효와 조세 포탈 및 증여세 부과제척기간(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시효)이 모두 만료돼 세금 부과나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뇌물성 불법 자금이므로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자금의 과세 여부와 관련해 “면밀히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세금 추징 가능 여부는 공소시효에 달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34년 전인 1991년으로 추정된다. 뇌물죄에 대한 추징은 검찰이나 경찰이 뇌물죄로 기소해야 하지만, 공소시효(최대 15년)가 이미 지나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국세청이 이 자금을 조세 포탈로 고발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최대 15년)이 훌쩍 지났다.
노 전 대통령이 건넨 300억원을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 역시 최대 15년인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 부과제척기간 예외 규정을 적용해 과세하는 방안은 가능하지만, 최 회장 측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송준용 법무법인 요수 대표 변호사는 “1991년 기준 옛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와 옛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300억원에 대한 처벌 또는 처벌을 전제로 하는 추징이나 과세처분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법 자금에 대한 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다양한 과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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