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장관급 관세협상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았지만 핵심 쟁점을 놓고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오는 29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문을 끌어낸다는 목표로 협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중 협상과 미국의 내부 정치 상황 등으로 협상 전망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남은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 대미 투자펀드의 투자 방식과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주미대사도 17일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장벽은 3500억달러 투자금 구성 문제”라고 설명했다. 협상단 안팎에선 현금 투자 비중을 애초 5% 수준에서 일반적인 사모펀드 수준인 20~30%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은 더 높은 현금 비중을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협상 직후인 17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는 게 공정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미가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한국 외환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통화스와프 논의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통화스와프는 (협상) 본체가 아니다”며 “(한·미 관세) 협상이 되고 나면 거기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라고 답했다.
김 실장도 “(3500억달러 투자로)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첫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직전까지 10여 차례 화상 협상을 한 것으로 안다”며 “타결 전까지 다양한 방식의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경주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직결된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건부 합의나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를 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도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형태의 원칙적 합의안을 우선 발표한 후 세부 내용은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과 행정명령 등으로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격화하는 미·중 패권 갈등이 한·미 관세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미국이 외환시장 안정 방안에 ‘이해한다’며 양보 의사를 내비친 것에 화답하듯 한국도 현금 비중 등에서 일정 부분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리안/이광식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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