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전방위 규제 패키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주거용 부동산을 넘어 상업용 및 전·월세 시장, 나아가 해외 부동산 투자 심리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핵심은 강력한 금융 규제와 거래 제한을 통해 투기적 자금의 시장 유입을 막는 것입니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대폭 확대하고,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롭게 지정했습니다. 이로써 주택 구매 시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며,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금융 부문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축소하고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줄었고,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약 15%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까지 반영해 대출의 문턱을 한층 높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거래 절벽과 가격 안정세를 동시에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기적 거래가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마저 매수를 미루는 관망세가 확산할 것입니다. 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 공급이 줄어들고,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는 기존 주택 소유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공급 감소라는 부작용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로 인해 신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데다, 매매 위축으로 전세 물량이 묶이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결국 높아진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이동하게 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과거 IMF 시기 상업용 부동산에서 전세가 소멸했던 것처럼, 주거용 시장에서도 전세 중심 구조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반면,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투자 자금의 일부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꼬마빌딩·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 전반의 보수적 기조 속에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이 역시 일시적 흐름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축소와 수익률 조정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재평가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가 자본의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압박은 투자자의 시선을 해외, 특히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돌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엔저 현상으로 원화 대비 일본 자산의 가격 매력이 높아졌고, 복잡한 국내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자본은 이제 '세금은 높고 대출은 막힌 시장'에서 '금리가 낮고 규제가 완화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용이하며, 합동회사 구조 등 외국인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법적·세무적 틀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안정성은 일본 투자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의 주거형 자산과 상업용 빌딩은 안정적인 월세 수익과 자본 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가격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택시장의 문을 닫으면 자본은 다른 문을 찾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규제로 인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사이 해외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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