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첫 화학 합성의약품 아스피린을 개발한 바이엘이 애스크바이오와 바이럴젠, 블루록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신사업에 뛰어들었다.바이엘은 2011년 리제네론이 개발한 황반변성 항체 치료제 ‘아일리아’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면서 항체 시장에 진입했다. 화학 합성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한발 나아간 행보였지만 아일리아의 뒤를 이어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후속 항체 신약 성과는 없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선 달랐다. 2019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업 블루록을, 2020년 미국 애스크바이오와 자회사 바이럴젠을 품에 안으면서 인수합병(M&A) 전략을 가동했다. 바이엘 인수 후 애스크바이오는 심부전, 파킨슨병 유전자 치료제 임상 2상 시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다계통 위축증, 신경근육 질환인 폼페병과 지대형 근이영양증 등도 초기 임상 단계다. 이르면 3~4년 안에 신약 개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스다보 페스킨 애스크바이오 CEO는 “유전자 치료제는 그간 읽던 책의 다음 페이지가 아니라 새 책의 새 페이지”라며 “5년 뒤인 2030년대 초반이 되면 유전자 치료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고 했다.

몸속 유전자를 고치려면 설계도를 세포까지 잘 전달해야 한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게 AAV 운반체다. 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바이럴젠은 뇌와 근육, 망막 등 인체 여러 부위에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도록 30종류의 AAV 혈청형 플랫폼을 보유했다. 혈청형에 따라 전달 가능한 인체 부위도 달라진다. 그만큼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전통 제약사는 단일한 라인을 가동해 분당 같은 약 수백~수천 명분을 생산한다. 바이럴젠은 3명, 5명, 10명처럼 소수 환자를 위한 맞춤형 약을 만든다. 생산 수요에 맞춰 2~2000L까지 물량을 폭넓게 조절할 수 있다. 반호브 CEO는 “생산 프로세스의 정확도를 높여 표준화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15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 바이오리액터를 이용해 제조 효율을 높이는 등 생산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을 통해 혁신적 통찰을 얻고 있다”고 했다.
산세바스티안(스페인)=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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