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주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무역 협상 후속 논의가 진전을 보이자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던 자동차 관세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무역 협상 타결 이후 상승장 속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올랐던 자동차주에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거래일 0.41% 오른 24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3.02% 뛰었다. 같은 기간 기아도 11.32% 올랐다. 이들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9.47%)을 웃돌았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현대차를 각각 1442억원과 366억원어치, 기아는 616억원과 450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를 올렸다. 또 현대위아(8.26%) 에스엘(7.37%) HL만도(5.36%) DN오토모티브(3.5%) 현대모비스(3.18%) 등 자동차 부품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에 자동차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반전됐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수출 관세율 15%를 적용받는 일본·유럽과 달리 한국 업체는 25%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대미 자동차 관세 25%로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손실이 각각 6조3000억원과 4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한·미 무역 협상이 최종 타결 단계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관세도 15%로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실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방미 협의 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 진전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가 15%로 낮아지면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비용 감소분은 각각 2조원과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연초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감익 추이가 중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이후엔 완성차 업체의 주주환원이 돋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완성차 업체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 현대차와 기아의 주당순이익(EPS)이 20% 내외로 증가해 자사주 매입 여력이 각각 8900억원과 5900억원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배당수익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의 배당 매력은 점차 부각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계획돼 있는데,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 자사주 취득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이후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질 부품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완성차 업체 중심의 급등세가 나타났다"며 "실제 현실화할 경우 부품주도 실적 가시성이 확대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무역 협상 서명 시점에 주목하면서 완성차와 함께 이익 추정 상향 가시성이 높고 낙폭이 과대했던 부품주에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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