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퇴직자들이 퇴직하는 해에 쓰지 못한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받을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단독 김혜선 판사는 최근 주식회사 A사의 전직 근로자 28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연차휴가수당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하고 이 같이 판단했다.
원고 근로자들은 A사의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2021년 12월 31일 또는 2022년 12월 31일자로 퇴직한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정년퇴직을 한 당해 연도 근무에 따라 발생한 연차휴가수당도 지급해야 한다”며 회사에 퇴직연도분의 연차수당을 달라고 주장했다. 연차유급휴가권은 이미 근무로 발생한 권리이므로 퇴직 시점과 관계없이 당해 연도 근로에 따른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밖에 “회사가 당해 연도 근무로 발생한 연차휴가수당을 매년 12월 급여 지급일에 일괄 지급하는 '노동관행'이 있었고, 퇴직자 역시 재직자와 마찬가지로 이 관행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정년퇴직자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1인당 적게는 800만원에서 1300만원에 달해 모두 합쳐 3억4400만원 규모였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판사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근로를 마친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근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정년퇴직자들에게는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에 따라 지침을 바꿔 "1년간 근로관계가 존속하고, 80% 이상 출근해도 그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366일째) 근로관계가 있어야 15일의 연차가 발생하고, 퇴직에 따른 연차 미사용 수당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노동 관행이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일축했다. 김 판사는 "연차휴가수당 지급에 관한 관행이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됐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실상 제도로 확립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바뀐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회사 규정을 바꾼 것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곽용희 연구위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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