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유례가 없던 초강력 규제 카드(10·15 부동산 대책)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6·27 대책)과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 등을 잇달아 내놨지만,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 불안이 지속돼서다.
집값 상승세가 번질 가능성이 있는 광범위한 지역에 삼중 규제가 덧씌워졌다. 이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뿐 아니라 서울 전체와 경기도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받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실수요자까지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받게 돼 내 집 마련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마포·성동·광진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 등 주요 지역의 거래 감소 속에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화성 동탄, 구리 등 이번에 규제를 비켜간 지역도 눈여겨볼 만하고 조언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은 대출, 세제, 청약을 아우르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다. 2023년 1월 이후 2년9개월여 만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을 전면 부활시켰다. 기존 규제지역인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포함해 서울 나머지 21개 구와 경기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구), 수원(영통·장안·팔달구), 안양 동안구, 의왕, 하남, 용인 수지구 등 12곳을 추가 지정했다.

규제 지역에 포함되면서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보유 2년 및 거주 2년(기존 보유 2년)으로 강화됐다. 분양받은 주택과 오피스텔은 각각 3년, 1년간 전매할 수 없다.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 적용 비율은 전용면적 60~85㎡ 기준 40% 이하에서 70%로 높아졌다. 재당첨 제한 10년과 함께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주계획 신고도 의무화됐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적용 대상은 아파트와 아파트를 1동 이상 포함한 연립·다세대 주택이다. 새로 지정된 허가구역은 내년 말까지 유효하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가 통제 조치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는다. 자칫 정비사업 사업성을 악화시켜 공급을 오히려 늦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전세 낀 매매’뿐 아니라 ‘빚을 내 집을 사는 것’도 까다로워졌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25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됐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6·27 부동산 대책 때 적용한 최대한도인 6억원이 유지됐다.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는다. 유주택자(0%)는 받을 수 없다.
대출 수요자(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금리 상승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선은 현행 1.5%에서 3%로 높아졌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소유주택 지역 무관)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 상환분이 DSR에 반영된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DSR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과 함께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이다.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는 규제 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갭투자 박멸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마포·성동·광진구 등 한강 벨트 주요 지역에서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책이 나온 직후에는 거래가 관성적으로 급감하면서 급매 탐색 구간이 나타난다”며 “갭투자 수요가 많았던 마포·성동·광진구 지역에서 호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호가를 받아줄 수요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비규제지역은 LTV 40% 규제를 받지 않아 10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할 때도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화성 동탄, 구리, 안양 만안구 등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가운데 교통 호재가 있는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투자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 번 살면 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투기과열지구가 되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입주권을 양도할 수 없게 됐다”며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는 조합원도 매매가 어려워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과 대지 지분, 일반분양 가구 수, 분양가 등을 잘 따져서 사업성이 높은 곳의 매물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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