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인조 공동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을 각색한 신작 '유령들'로 돌아왔다. 소설과 희곡을 그들만의 언어로 무대화하며 두터운 팬층을 쌓아온 양손의 첫 번째 입센 작품이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양손 멤버를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양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박지혜 연출과 손상규·양조아·양종욱 배우가 꾸린 창작집단이다. 어느 덧 15년째 함께하고 있는 이들은 작품 선정에서부터 각색, 연출 등 창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 배우와 연출의 경계가 분명한 다른 극단과 가장 큰 차이다.

이번에 양손이 선택한 <유령>은 실체 없는 사회적 관습이 유령처럼 떠돌며 한 가정을 옭아매는 이야기다. 죽은 남편의 추악한 민낯을 애써 숨기며 살아온 알빙 부인이 남편을 닮은 아들 오스왈, 위선적인 만데르스 목사 등 주변 인물에 둘러싸여 하룻밤 사이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박 연출은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적 평가와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이라며 "악플과 같은 사회적 매장이 두려운 현대 사회와도 연결된다"고 해석했다.
이번 무대에서 알빙 부인은 양조아 배우가 전담한다. 손상규는 오수왈과 목수 엥스트란드를, 양종욱은 만데르스 목사와 알빙 저택의 하녀 레지나 역을 맡는다. 그래서 순식간에 다른 얼굴로 변신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묘미 중 하나다. 양종욱 배우는 "직전까지 합의했던 것은 손상규 배우가 알빙 부인 역할을 하고, 양조아 배우가 엥스트란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며 "이런 식으로 배역을 정할 때 모든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떠올려보거나 직접 연기해 최종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양손은 최근까지 개별 활동으로 바빴다.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대표작을 각색한 '파랑새'는 양조아, 양종욱 배우가 출연한 2인극이었고,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전락'은 손상규 배우의 1인극이었다. 손상규 배우는 "오랜만에 넷이서 뭉치니 '제 발로 지옥 불로 걸어들어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서로 납득시켜야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 매일 나를 돌아보게 되는 귀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양손을 끈끈하게 이어준 힘은 뭘까. "연습실에서 만나면 무조건 재밌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해요. 일상 속 소소한 경험을 어떨 때는 1~2시간씩 이야기하기도 해요. 독특한 사람을 만났거나 재밌는 공연을 봤으면 1인극으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퍼니 스토리를 15년째 하다 보니 서로의 생각과 취향을 읽고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아요."(박지혜 연출)
양조아 배우는 이런 문화가 연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퍼니 스토리를 나누다 보면 멤버들을 웃기고 싶고 관심을 끌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요. 표현력이 좋아지죠. 재미가 없으면 비난이 쏟아지거든요." (웃음)
양손은 '유령들'을 시작으로 입센 3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입센의 <들오리>와 <민중의 적>이 다음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령들'은 오는 26일까지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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