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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원짜리 베이글 1시간 줄 서서 산다…2030 엄청 몰리더니 [트렌드+]

입력 2025-10-23 13:00   수정 2025-10-23 16:12


매장 30팀, 테라스 15팀, 포장 17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소재 런던베이글 도산점 앞에 설치된 웨이팅 기기 화면에는 이 같이 표시돼 있었다. 매장 내부는 빵을 고르거나 자리를 잡고 식사하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기 중인 고객들도 유리창 너머로 내부를 구경하거나 매장을 배경 삼아 인증샷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빵에 대한 소비 열기는 마트에서도 감지됐다. 최근 홈플러스의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는 할인 행사를 열고 생크림 케이크, 모카번, 단팥빵 등 전 품목을 반값에 판매했는데 이곳에도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행사 첫날부터 인기 품목이 조기 소진되며 인기를 끌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의 한 직원은 “50%씩이나 할인하는 행사가 흔치 않다 보니 행사 당시 빵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평소에는 늦은 시간까지 빵이 남아 있지만 행사 기간에는 손님이 몰려 매대가 일찍 비었다”고 말했다.

경험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소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떠오르면서 빵에 대한 수요도 '양극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별한 경험’을 위해 비싼 빵집을 찾거나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며 값싼 빵을 선택한다. 빵 한 조각에도 프리미엄과 가성비라는 두 축으로 소비가 양분되면서 중간 가격대에 머물러 있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프리미엄 아니면 가성비…양극화하는 빵 수요
23일 업계에 따르면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 난 런던베이글, 테디뵈르하우스, 카페 레이어드 등 유명 빵집은 대기하지 않고는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이 많아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일반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가격이 높다. 토핑이 없는 기본 베이글이나 크로와상은 3000~4000원 후반대 가격에 판매되고 여기에 말차, 피스타치오, 무화과 등 유행하는 재료가 더해지면 7000~8000원 이상까지도 오른다.

비싼 가격에도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 소비의 핵심 기준으로 ‘경험’이 자리 잡은 데 있다.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감성, 독특한 메뉴 구성 자체가 하나의 체험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반대로 가성비 빵을 찾는 수요층도 두껍다. 홈플러스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몽 블랑제 전 품목 반값 행사’ 기간 동안 베이커리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최근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빵값이 오른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제품에 수요가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빵도 인기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의 베이커리 PB인 브레디크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3년 66%, 2024년 35%, 올해(1월~9월 기준) 2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베이커리 매출에서 P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약 22%에서 올해(1월~9월 기준) 약 25%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편의점 CU의 PB빵 매출 비중도 약 19%에서 21%로 늘었다.

편의점 PB빵 가격은 보통 2000원 초중반대에 형성돼있다. PB는 유통사가 상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이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추고 가격 설정에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존재감 흐려진 동네 빵집
베이커리에 대한 수요가 양극화하면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던킨 등 기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에서 눈에 띄는 차별점을 만들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제과제빵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한식(9.9%), 치킨(4.9%), 커피(4.3%) 등 다른 외식업종 가맹점의 평균 매출은 일제히 증가했지만 제과제빵 업종만 유독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빵 및 떡류 구매 기준으로 ‘원료의 품질과 안정성이 확보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35.7%로 가장 많았고,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싶다’는 응답이 31.6%로 그 뒤를 이었다. 빵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며 품질과 차별화된 맛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산 및 물류 체계가 표준화돼 있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쫀득빵 등 최근 유행하는 베이커리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에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생기고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이 상품 차별성 부족과 점포 수 포화로 인한 고객 수요 분산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는 국내 외식 베이커리 시장(체인점 기준)의 규모가 지난해 5조2410억원에서 올해 5조139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유명 빵집의 경우 단순한 빵을 파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나 브랜드 가치 등을 파는 측면이 강하다”라며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는 점포 수가 많아지면서 고객 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빵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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