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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침대가 가족 살렸다"…충격 근황 우크라, 기업 힘으로 버틴다

입력 2025-10-31 06:00   수정 2025-10-31 06:33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맞은 편 집을 타격해 우리집 벽 한 면이 무너졌다. 아기 침대가 파편으로부터 우릴 살렸다. 지난주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기업인이 전한 전쟁의 현실은 이랬다. 군 통신체계 방산 중견기업인 휴니드 테크놀러지스의 부스 안에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이 채워진 룸이 마련됐다. 그 곳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훈련 시뮬레이션 회사인 메타스트라타가 자사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D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다. 그는 "바로 지난주에 러시아 공습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엔 완전히 무너져내린 옆집의 잔해가 담겨있었다. D씨는 "기적적으로 아기 침대가 파편을 막아줘 목숨을 건졌다"며 "우리는 매일 공습 사이렌을 들으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은 "타국의 기업과 달리 우리는 가볍게 웃을 수가 없다"며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임사 개발자로 일했다는 그는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전쟁에서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병사가 직접 소통하며 무기 개발"
메타스트라타를 자회사로 거느린 KM코어의 예브게니 우트킨 회장은 ADEX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전 실전사례로 보는 드론·대드론 네트워크 작전 교훈 세미나'에서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우트킨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들: 모든 것이 잘못됐을 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신무기의 수명은 6개월이다. 2~3주만 자리를 비워도 적응할 수 없을 만큼 전황이 완전히 바뀐다. 그렇게 몇 달간 개발한 무기는 도착과 동시에 '구식'이 된다."

KM코어는 전방의 특수작전부대와 소통하며 무기 개발을 기획하는 UARPA, 인공지능(AI) 기반의 드론·지상 훈련 시뮬레이션 회사인 메타스트라타,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전용 고글과 헬멧을 제작하는 UARMS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우트킨 회장은 "전쟁이 발발하자 군인의 90%는 전문 군인이 아닌 IT, 예체능 등 민간 부문 종사자들로 채워졌다"며 "나 역시 IT 기업의 CEO(최고경영자)에서 방산업체를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 군인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군사전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수 무력화된 지 오래라는 게 우트킨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으로 '속도'와 '하이브리드(민간·방산 융합)'을 꼽았다. 그는 "전장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민간 기술을 끌어다쓰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됐다"고 말했다. 전방 군인으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아 이미 존재하는 민간 기술로 무기를 개발한다는 얘기다.

실전에 투입하면 전방 부대가 직접 기업에 피드백을 주면서 기업과 군이 서로 돕는 '나선형'으로 성능이 개선된다. 방산업체 중심의 재래식 무기체계 개발과 보급 속도로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민간 기술이 메꾸고 있는 것이다. 그는 "관료적 절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훈련 안 받은 게이머가 전차 84대 격파"
우트킨 회장에 따르면 전통적인 군사 교리와 무기 개발 프로세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무력화됐다. 그는 "군사 훈련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민간 '게이머'가 게임과 유사한 자폭 드론 시스템을 조종해 러시아군 전차와 자주포 84대를 파괴한 사례도 있다"며 "드론과 드론이 대결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트킨 회장은 서방의 전통적인 무기 지원 방식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정권이 바뀌며 지원이 멈춘 상태"라며 "언론에서는 지원 '논의'가 활발하지만, 실제 전장에 적용되는 기술과 솔루션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방국가들이 제공한 고가의 정밀 무기가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우트킨 회장은 "기술 만으로는 실전에서 의미가 없다"며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패트리엇 등) 포대가 파괴되면 그걸로 끝이지만, 값싼 드론 수천 대는 격추돼도 계속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최전방 군인과 기술 개발사는 직접 소통하고 있다. 특수작전부대인 라자르 부대가 핵심이다. 우트킨 회장은 "전방의 특수작전 부대와 후방의 엔지니어들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군인이 업체에 바로 전화해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하면 IT 기술로 즉시 개발하는 것이다.

라자르 부대가 차량을 타고 전방을 돌아다니면서 실전에 테스트하고 있다. 후방에 있는 '게이머'나 IT회사 직원들이 이들로부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다. 게이머는 스타링크와 현장에 투입된 중계기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드론을 운용한다. IT회사 직원들은 라자르 부대로부터 필요한 무기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신무기의 테스트 결과는 어떤지 정보를 얻고 있다.

테스트 결과를 갖고 제안서를 제출해 채택되면 정식으로 우크라이나 군에 보급된다. 나중에 정부의 승인을 받는 '선(先)적용, 후(後)보고' 방식으로 무기 도입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의 활용과 관련해선 "아직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스스로 결정을 내릴 만큼 정교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방산 자립' 필요성 절감하고 있어"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 출신인 우트킨 회장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초기 정보기술(IT)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중 하나다. 전쟁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IT 업계의 '연쇄창업가'였다. 그는 IBM, 인텔 등 서방 주요 컴퓨터 제조사의 제품을 CIS 지역에 유통하는 사업으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엔 자체 브랜드로 컴퓨터를 제작했다.


우트킨 회장은 크바자르 마이크로와 함께 30년 가까이 성공가도를 걸었다. 2005년엔 러시아 IT기업인 시트로닉스에 지분 51%를 넘기고 시트로닉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대형 IT기업으로 키웠다. 런던증권거래소에 23억달러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시트로닉스와, 시트로닉스를 인수한 AFK시스테마는 각각 러시아군의 전자전 시스템 개발과 드론 개발에 참여한 이유로 2022년 미국의 제재대상에 오른 상태다. 우트킨 회장은 시트로닉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매각한 IT 유통사업부문을 다시 사들였다. 현재 지주회사인 KM코어를 중심으로 방산기업 외에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공급사 등 민간 자회사 5곳도 거느리고 있다.

'왜 방위산업에 진출했나'는 질문에 그는 "방위산업에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도 전쟁이 무척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업가지만 비즈니스가 아니라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우트킨 회장은 "현재 사업화를 하는 건 전쟁이 너무 길어지면서 자금 부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수출길을 열어놔야 나중에 또다시 전쟁이 터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수출로 마련한 자금으로 '방산 자립'을 이뤄야한다는 게 우트킨 회장의 생각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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