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구글TV는 미디어 생태계를 혁신할 TV의 미래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 기존 동영상 외에 양방향, 개인화, 소셜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와 앱을 제공하는 차세대 스마트TV로 부상했다. 당시 구글TV는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TV 환경으로 변형시킨 스마트폰의 TV 판(version)이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동일한 안드로이드 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아 TV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TV(Android TV)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히 인터넷을 연결해서 웹상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바보상자에서 스마트폰의 혁신처럼 TV도 똑똑한 기기, 즉 스마트TV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구글TV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TV로 탈바꿈하지 못했다. TV 시청이라는 본원적인 기능 이외에도 스마트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혁신적인 이용자 경험(UX) 제공 측면에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착 시 이미 사망한 상태(Dead On Arrival)’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9월 23일 구글은 제미나이(Gemini)가 탑재된 구글TV를 출시했다.
구글TV의 특징은 무엇보다 AI 기반 어시스턴트와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TV에서 이용하던 TV를 켜고 끄거나 채널을 전환하는 단순한 명령을 넘어 거실의 대형 화면에서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TV와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제미나이가 TV에 들어옴으로써 이용자들은 단순한 음성 명령을 넘어서 멀티모달 방식(텍스트, 오디오, 영상)을 결합한 방식으로 TV를 제어하고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의 발표에 의하면 구글TV는 프로그램 추천, 지난 시즌 요약 요청, 심지어 숙제 도움 및 요리법 검색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시청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나 인기 프로그램에 기반한 TV 프로그램을 추천받아 시청할 수 있고 지난 시즌에 놓친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 추천과 함께 텍스트로 된 답변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사용자는 단지 안녕 구글(Hey Google)이라고 말하거나 TV 리모컨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기존에 이용하던 어시스턴트 기능들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구글의 시도가 TV를 단순한 영상 재생 기기를 넘어 지능형 인터랙티브 허브로 전환하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구글은 2010년 구글TV 출시 후 끊임없이 소위 미래형 스마트TV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야심 차게 내놓은 구글TV가 성과를 못 내자 2014년 기존의 구글TV 운영체제를 폐기하고 TV에 맞는 홈화면(UI)과 리모컨 및 음성인식 등 TV 특화 기능을 추가한 별도의 운영체제에 기반한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을 출시했다.
2020년 구글TV로 다시 명칭을 바꾼 구글TV는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TV 기반 새로운 홈 화면으로 개편했다. 콘텐츠 추천, 검색 알고리즘 강화, 머신러닝 기반 추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어 리모컨과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최초의 크롬캐스트 모델인 동글형 안드로이드 TV 크롬캐스트(Chromecast with Google TV)를 출시하고, 구글TV 스트리머(Google TV Streamer) 등 최신 표준을 장착한 신제품들도 출시했다.
이러한 일련의 제품 출시를 통해 구글은 TV를 단순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스마트 홈 허브와 맞춤형 개인화 콘텐츠 추천 TV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번에 출시되는 구글의 AI 어시스턴스 탑재 구글TV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보여지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AI TV는 AI 기반 맞춤형 콘텐츠 추천, 음성 인식, 스마트 홈 기기 제어, 실시간 번역, 사용자 패턴 학습 등 지능화된 혁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TV를 말한다. 이를 위해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데이터 분석 등 AI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 선호도를 파악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며, 시청자와 상호작용한다.
현재 나와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 삼성 AI TV다. AI 기반 맞춤형 시청 경험, 집안 가전 제어, 실시간 번역, 보안 알림 같은 스마트 홈 기능과 함께 심지어 AI가 화질을 개선하는 ‘AI 업스케일링’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능을 가진 AI TV가 TV의 미래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에 대한 답은 2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TV의 본원적인 기능이 무엇인가다. 이는 단순히 다양하고 화려한 기술적 기능들이 TV에 많이 탑재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보다는 사용자 경험 혁신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TV가 출시된 시기인 2010년에 등장한 소셜TV를 예로 들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소셜TV는 TV에 소셜을 입히는 것과 소셜에 TV를 입히는 것이 어디가 더 맞는 선택지일까라는 딜레마를 남겼던 사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때 TV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됐던 소셜TV는 그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TV 경험을 혁신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는 숏폼 형태의 동영상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연 TV의 미래라고 말하는 AI TV가 최종 목적지인지 아니면 수단인지 확실치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정보 이슈다. TV에 AI가 탑재되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AI가 TV가 놓여 있는 거실 환경과 개인 데이터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AI가 탑재된 TV는 시청자의 시청 습관, 로그인 정보, 음성 명령, 가족 간의 대화 내용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데이터가 광고 및 마케팅 등에 활용되어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이 있다.
물론 이러한 것은 개인정보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가 있겠지만 그만큼 편리함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및 AI 의존성을 둘러싼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TV가 TV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제공과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 등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심용운 인하대 초빙교수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