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일부다. a16z는 광물·금속 채굴, 배터리, 액추에이터 등 많은 산업에서 미국이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며 “미국판 BYD(비야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타 등에서 근무한 머신러닝 연구자 네이선 램버트는 지난 7월 ‘미국판 딥시크’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중국식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제) 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중국산 제품을 ‘모조품’으로 폄하하던 실리콘밸리가 중국식 혁신을 재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지도자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중국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이 다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중국의 국가 주도형 산업정책이 대표 사례다. 민간의 창의성을 억누른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던 중국의 톱다운 정책은 고효율 모델로 재평가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며 외주한 하드웨어 제조업은 핵심 전략 산업으로 떠올랐다. 마크 앤드리슨 a16z 창업자는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난 30년간 정책의 결과로 물리적인 것을 만드는 모든 면에서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 과학의 선두를 두고 경쟁하는 양국의 차이는 과학·기술 지원 정책에서 극명하게 갈린다고 미 테크업계는 지적한다. 중국이 양자, AI, 우주 등을 ‘중국제조 2035’의 핵심 전장으로 보고 전폭 지원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왕 메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연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정부는 AI 구현과 도입에 미국 정부보다 약 10배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미국이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도태되고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은 미국이 ‘혁신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잃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이들은 중국 기업에 관세를 매기거나 규제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경쟁 업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소프트웨어·AI, 제조·로보틱스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AI 대부로 불리는 리카이푸 전 구글차이나 사장은 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TED 강연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 VC는 중국처럼 로봇공학에 투자하지 않고 중국 VC도 미국처럼 생성형 AI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건비가 높고 소프트웨어 구독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사무직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AI 소프트웨어가,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인 중국에서는 로봇공학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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