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달러를 10년간 분할 투자한다면 연간 투자액은 70억달러이며, 이는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마지노선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시한 150억~200억달러 안쪽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화 기반의 대미 직접투자 가능액을 연간 최대 200억달러로 판단한 배경에 대해 “시장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자체 보유한 자산에서 이자나 배당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했다.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20억달러로, 이 가운데 채권 등 유가증권 비중이 89.7%인 3784억달러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수익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분은 시장에서 일부 조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투자 수익을 재투자해 보유액을 늘리는 대신 대미펀드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2000억달러 8년 또는 10년 분할 투자’도 우리 정부로서는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다. 8년으로 나눠 투자하면 연간 250억달러, 10년이라고 해도 연간 20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미국 측이 한국 외환시장이 감내 가능한 수준의 최대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8년으로 분할 기간을 정하더라도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10년으로 해도 연간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률에 외환시장 변동성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요구가 거세더라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현금 투자 비중의 무게추가 우리보다는 미국이 요구하는 쪽으로 쏠린 타결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현지시간) 러트닉 장관과 협상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남은 쟁점이 “아주 많지는 않다”면서도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오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전 러트닉 장관을 추가로 만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대미 투자펀드 현금 직접투자 비중을 놓고 양국 협상팀의 간극이 여전한 가운데 결국 두 정상의 결단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재영/김대훈/강진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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