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4일 자진 사퇴했다. 이 차관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비판 여론에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고 응수해 물의를 빚었고, 정작 본인은 전세를 끼고 고가 주택을 사는 ‘갭투자’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국토교통부는 이날 공지를 통해 “이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 차관의 사의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10·15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으니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갭투자 방식으로 아파트를 팔아 다주택자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관의 배우자도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사들여 석 달 뒤 소유권 이전을 마치고 1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또한 갭투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날 이 차관의 ‘유튜브 사과’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는 여권 내 지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23일 “부동산 정책을 맡은 고위 공직자로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저의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차 사과의 말씀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아니라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2분가량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신의 배우자에게 잘못을 돌렸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많았다.
이 차관 관련 논란이 국민의힘에 대여 공세를 할 여지를 주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서울 노원구 상계5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정부는 10·15 대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내로남불’하는 이 차관을 경질하는 게 정책 방향 전환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전날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 차관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차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지원 의원이 전날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은 윤준병 의원도 동참했다. 여당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이지 이 차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더 많을 것”이라며 “이 차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 등 격전지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컸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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