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 간 (유전자) 변이분석도구인 딥배리언트를 통해 기회를 열어왔습니다. 딥소마틱은 암과 기타 질병 해결을 위한 진정한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구글의 연구부문 구글리서치를 이끄는 요시 마티아스 부사장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연구 성과 발표회 ‘리서치앳’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단백질 분자 구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로, 올해 양자 기초연구로 각각 노벨화학·물리학 수상자를 배출한 구글이 인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구글은 지도 프로그램 ‘구글어스’에 AI 챗봇 제미나이를 결합한 ‘어스 AI’도 선보였다. 어스AI는 그간 분리돼있던 위성 이미지와 인구 분포 지도, 기상 예보 등을 AI 모델로 통합했다. 가령 AI에게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만에서 보라색 컨테이너를 찾아줘”라고 하면 구글 어스에 해당 장소가 표시된다. 나아가 허리케인 상륙 경로를 보여준 뒤 제미나이에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난보험 가입률을 질문하는 등 텍스트와 지리 정보를 결합한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구글의 양자 연구조직 퀀텀AI를 이끄는 하트무트 네벤 부사장은 지금의 구글을 있게 한 배경으로 ‘불가능에 대한 건전한 무시’, 즉 어떤 일이든 불가능하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이날 취재진 인터뷰에서 “1990년대부터 연구한 자율주행차가 지금의 웨이모가 됐고 AI는 제미나이가 됐다”라며 “창업 때부터 구글은 첨단 공학과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라고 설명했다.
물리적 연구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네벤 부사장은 “양자컴퓨팅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과제여서 큐비트(양자컴퓨팅 기본 단위) 배선 등 기술적으로 평범해보이는 모든 구성 요소가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나 국립연구기관 등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자본 투자가 있었기에 양자컴퓨팅 부문에서 성취를 일궈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지난해 R&D 부문에 493억달러(약 71조원)를 지출하며 글로벌 기업 중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구글은 구글리서치 외에도 문샷 팩토리라 불리는 구글X, AI 연구조직인 딥마인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문샷 팩토리는 달 탐사처럼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연구 기관이다. 구글X의 모토는 ‘실패를 축하하라’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수록 혁신 정신이 무너질 수 있기에 축하를 장려하는 것이다.
연구를 중시하는 정체성은 ‘20% 규칙’에도 드러난다. 업무 시간의 20%를 본 업무가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에 할애하라는 규칙이다.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IPO(기업공개) 서한에서 이를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구글 애드, 지메일 등 현재 구글 플랫폼의 근간이 된 기술들이 20%의 시간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글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연구계에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면 특허로 보호하는 타 기업과 달리 과학계에 공개해 발전적 토론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구글은 이날 공개한 어스AI 기술과 양자컴퓨팅 신기술 등도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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