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오랫동안 내수형 경쟁에 머물러 있었다. 코스, 선수, 팬층 모두 국내에 한정된 ‘우물 안’ 구조였다. 2017년 제네시스챔피언십의 출범은 이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첫 대회부터 상금 규모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책정해 투어 체급을 키웠고, 우승자에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 출전권을 부여해 선수들의 해외 진출 경로를 넓혔다. 제네시스가 단순한 스폰서 역할을 넘어 한국 남자골프 생태계를 키운 ‘육성자’로 평가받는 이유다.2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끝난 제9회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도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해외 진출 기회를 얻었다. ‘아이언맨’ 이정환이 이날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대역전승을 거두면서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이정환은 공동 2위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로리 칸터(잉글랜드)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정환은 우승상금 68만달러(약 9억8000만원)와 함께 DP월드투어 2년 시드를 받았다. 부상으로 제네시스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도 손에 넣었다.
이날 4타 차 공동 1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정환은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는 뒷심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2010년 KPGA투어에 데뷔한 이정환은 이번 우승으로 K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2018년 11월 골프존·DYB교육투어챔피언십 이후 6년11개월 만이다. 아울러 이정환은 최경주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 안병훈 이수민 왕정훈에 이어 DP월드투어에서 우승한 여덟 번째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이정환이 이번 대회 챔피언에 오르면서 KPGA투어 최고 순위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인 내년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 출전권은 공동 7위(6언더파) 최승빈에게 돌아갔다. 송민혁도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에서 앞선 최승빈이 기회를 잡았다. 아시아 선수 PGA투어 최다승(11승)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공동 7위였다. 김시우는 공동 21위(4언더파), 임성재는 공동 42위(1언더파)에 그쳤다.
이번 대회 공식 주최사인 제네시스는 한국 남자골프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2016년 K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포인트 상금 제도인 ‘제네시스 포인트’를 통해 인재 육성 구조를 정착시켰다. 올해 기준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겐 2억원의 보너스 상금과 제네시스 차량,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 출전권, 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 직행 자격, KPGA투어 5년 시드, DP월드투어 1년 시드 등 패키지를 제공해 선수들의 경쟁심을 유발하고 있다.
포인트 상위 선수의 해외 진출 문이 열린다. 2위에게도 스코티시오픈 출전권이 주어지고 DP월드투어 시드(2~3위), PGA투어 Q스쿨 2차전 직행 티켓(5위 이내),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 출전권(15위 이내 상위 8명) 등의 특전이 있다.
‘불곰’ 이승택은 제네시스 포인트를 활용해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룬 대표 선수다. 지난해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자격으로 PGA투어 Q스쿨을 통해 미국에 진출했고, 올 시즌 콘페리(2부)투어에서 시즌 랭킹 13위를 기록해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 제도를 활용해 PGA투어에 진출한 건 그가 최초다.
천안=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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