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29.68
(21.06
0.51%)
코스닥
919.67
(4.47
0.4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악재 한꺼번에 덮쳐"…車 부품사 한달 만에 41곳 사라졌다

입력 2025-10-26 17:49   수정 2025-10-27 01:07


전북 김제에 있는 자동차 알루미늄 휠 제조사 알룩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지난 5월이다. 미국이 그달 25% 자동차 부품 관세를 매긴 만큼 관세 영향을 받기 전에 미리 두 손을 든 것이다. 발목을 잡은 건 급격하게 늘어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1차 협력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630억원)이 10년 전(292억원)보다 두 배로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작년에만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15.5%(65억원)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이 51억원에서 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연 5~7% 금리로 끌어온 단기차입금 235억원의 이자를 대느라 지난해 53억원 순손실을 냈다. 미국 관세로 앞으로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여파로 현금이 말라버린 ‘껍데기 부품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관세 내면 적자 전환”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몸살을 앓게 된 1차적인 이유는 미국의 관세 부과다. 작년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82억22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인 만큼 여기에 관세 25%를 적용하면 부품업계가 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이 20억555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기 안산에서 엔진 점화 부품을 제작하는 A사는 관세 탓에 적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회사는 매출의 25%에 이르는 약 600억원어치 부품을 미국에 수출한다. 여기에 붙는 관세 150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140억원)보다 많다. 도어트림을 만드는 B부품사 대표는 “관세 여파로 미국 수출을 줄이면 매출이 감소해 수익성은 더 나빠진다”며 “해외 완성차 업체는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해주는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원자재값이 뛰면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에서 연간 자동차 170만 대를 파는 현대차·기아도 수입차 관세로 받는 타격이 크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40%에 그쳐 더 그렇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관세율 25%가 유지되면 현대차그룹의 관세 부담은 글로벌 완성차 회사 중 가장 큰 연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산 위기 커지는 2·3차 협력업체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늘어난 인건비도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 부품사(매출 1800억원 미만 상장사 94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2%다. 지난해 1월 납품대금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인건비 부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매출 1900억원 규모의 머플러 제조업체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노조 요구로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데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적용 판결로 인건비가 작년보다 10% 늘었다. C사 대표는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가 총비용의 30%에 달한다”며 “관세에 인건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언제까지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이 지난 14일부터 해외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PCTC)에 t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도 국내 자동차업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자동차업계에선 해운업체가 언젠가 입항 수수료 분담을 요청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영세한 2·3차 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사는 전달 대비 41곳 줄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1만6807곳 가운데 1차 협력사는 468개(2.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2차(3244곳)와 3차 협력사(53.9%)다. 67.4%가 직원 9인 미만인 영세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협상이 길어지면 상당수 2·3차 협력업체가 폐업을 고민할 것”이라며 “고용과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큰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도 붕괴하는 만큼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등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길성/김보형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